일본에 부는 ‘이트 인’ 바람...식당·카페 대신 마트로 향하는 일본인들

입력 2018-02-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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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한 가족이 이트인에서 점심을 즐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휴일에 한 가족이 이트인에서 점심을 즐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에서 카페나 패밀리 레스토랑 대신 슈퍼마켓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젊은이와 주부를 가리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바람에 생긴 신풍속이다.

일본의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등에는 ‘이트인’이 마련돼 있다. 원래 영어 ‘eat in’은 집에서 먹는다는 뜻이지만 일본에서는 다르게 쓰인다. 이트인이란 음식점이 아닌 가게에서 구매한 식품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매장 한편에 의자와 테이블 등이 비치돼 있다.

이트인은 쇼핑객이 한숨 쉬어가는 공간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카페와 식당을 대신하며 젊은이의 아지트이자 가족 외식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여고생들은 평일 하굣길에 슈퍼에서 산 코코아와 과자를 이트인에서 즐긴다. 토요일 오후에는 부부와 어린 자녀가 마트에서 구입한 초밥과 도시락, 빵 등을 먹는다. 월 1~2회 이트인을 이용한다는 한 가족은 “가족 모두가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외식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한 30대 주부는 이트인이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예쁘다”면서 “딸과 함께 또는 친구와 쇼핑하는 길에 자주 밥을 먹는다”고 밝혔다.

매장에서 직접 음식을 사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이트인의 장점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는 대체로 200엔(약 2000원)대인데 반해 마트에서는 100엔이면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조리된 음식도 100엔부터 시작된다. 초밥과 도시락, 다양한 반찬이 있다.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유명한 식당의 음식이나 디저트를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트인이 마련돼있으면 원래 매장에 가는 것보다 간편하게 고급스러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고객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며 편의성 덕분에 매출이 늘어난다. 도쿄 내 백화점에 입점한 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최근 이트인 공간을 만든 후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트인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마트들도 공간을 넓히고 인테리어를 고급화하는 추세다. 그동안은 이트인을 간소하게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소파와 테이블에도 신경을 써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한 분위기로 꾸미고 있다. 일본슈퍼마켓협회 등 업계 3개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이트인을 설치한 기업은 지난해 기준 회원사의 65.1%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협회는 전체 98개 매장 중 80곳 이상에 이트인을 설치하며 숫자를 더 늘려갈 계획이다. 일본 대형 슈퍼체인 ‘이온’은 50석 이상의 이트인을 마련한 식품 매장을 2020년까지 2016년 대비 2배인 약 150개로 늘린다.

이트인 이용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어려운 가계 사정도 한몫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0.2% 줄어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명목임금은 증가했지만 소비자 물가의 상승이 임금 상승효과를 억제한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트인 애용 현상은 싸고 편리하며 쾌적한 것을 원하는 소비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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