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허술한 초동 대응을 감추기 위해 상황 보고 시간 등을 조작한 의혹을 받는 김장수(70)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9시2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지시를 어떻게 합니까”라며 박 전 대통령의 관여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지시가 없었던 것이냐”라고 재차 묻자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김 전 실장은 “세월호 보고 시각을 조작했느냐”, “국가위기관리 지침 변경했느냐”, “세월호 참사 발생 시각을 몇시에 어떻게 보고했느냐” 등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조사실로 향하는 김 전 실장에게 “여러 의혹들이 있는데 하실 말씀 없나”라고 묻자 “희생된 분들, 실종된 분들께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발생 등을 최초 보고한 인물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최초 보고 시각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사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청와대가 작성한 문건에 적힌 최초 보고 시각은 9시30분이었다. 그러나 참사 6개월 뒤인 10월23일 청와대가 작성한 문건에는 최초 보고 시각이 오전 10시로 적시됐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실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김 전 실장은 또 2014년 7월 말 대통령훈령 318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안보·재난 위기 상황 정보를 종합 관리한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안보 분야는 안보실,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한다”로 변경한 데 관여한 의혹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김 전 실장에게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과 지침을 임의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27일 오전 9시 김 전 실장의 후임인 김관진(69) 전 실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장수 전 실장 재임기간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김관진 전 실장 때 보고 시간 조작과 지침 임의 변경 등이 있었다.
검찰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변경에 김관진 전 실장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3일 김 전 실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