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제약사업부문인 CJ헬스케어의 매각 결과에 대해 업계가 내놓은 평가다. 그동안 제약사들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사모펀드에 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한국콜마처럼 이미 의약품위탁생산(CMO) 등으로 제약업 경험을 갖춘 곳이 아닌, ‘인수 후 매각’이 기본 전략인 사모펀드가 CJ헬스케어를 품을 경우 신약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나 기존 제약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종합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접어야 했던 만큼 업계로서는 안도의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과 SK 등의 제약바이오 부문이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모습과 비교했을 때 대기업인 CJ의 제약업 철수는 안타깝다. 백신 개발에 착수하고 자체 개발한 소화기 신약 ‘테고프라잔’의 연내 출시가 기대되고 있는 등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장을 맡고 있는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의 역할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기만 하다.
CJ그룹이 CJ헬스케어 매각으로 34년 만에 제약업에서 손을 떼게 되면서 유독 제약 분야에서만 부진했던 대기업 제약 ‘잔혹사’ 선례도 또 한 번 남게 됐다. CJ그룹은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제약부문 사업을 확장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끌어 지난해 기준 매출 5000억 원대로, 국내 제약업계 10위권의 대형 제약사로 자리 잡았다. 인수·합병(M&A) 추진 등은 실적이 악화됐거나 적자경영이 지속될 경우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CJ헬스케어는 탄탄한 실적과 경영구조를 갖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룹 차원에서 매각이 결정됐다.
CJ그룹 입장에서 보면 투자 대비 단기간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고 정부의 약가 정책, 리베이트 등 리스크 요인이 많은 제약사업은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을 테다. 더구나 빠른 제품 사이클과 변화에 익숙한 유통 대기업이라면 신약 개발에만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제약사업의 속도를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CJ헬스케어의 매각 과정만 봐도 ‘제약업’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사업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 제약사와 상위 제약사들은 CJ헬스케어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한 시점에서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 점유율 30%의 CJ헬스케어의 수액사업만 인수하면 모를까, 경쟁력 없는 복제약(제네릭) 사업 부문까지 떠안아야 하는 매각 조건은 신약 개발과 수액·백신 사업 강화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국내 상위 제약사들에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CJ헬스케어는 거물급 M&A 대상임에도 당초 1조 원의 인수 예상금액마저 부풀려져 있다며 더 깎인 가격으로 저가에 매각될 것이란 관측까지 파다했다.
고용승계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지만, 대기업 그룹에서의 이탈 등으로 인한 CJ헬스케어 직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증권가에서는 인수자금 부담에 한국콜마의 재무 위험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 한국콜마의 인수 이후가 중요하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뚝심경영’을 믿어 볼 차례다.pu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