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코드(기업 지배구조 지침)를 개정해 이사회에 여성을 등용하지 않은 기업은 이유를 설명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2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 지침은 도쿄 증권거래소가 상장사에 제시하는 기업 경영 규범으로 이사회 구성이나 임원 보수 결정 방식 등을 제시한다. 개정안에는 사내·외 이사에 대해 성별과 국제적 측면 등을 포함한 다양성을 확보했는지, 이사로 여성이 선임됐는지 묻는 조항이 추가된다. 강제력은 없지만 지침을 어기고 여성 이사를 임명하지 않은 상장사는 기관투자자와 주주, 언론 등에 이유를 밝힐 의무가 생긴다. 금융청이 3월 중 개정안을 마련하면 거래소가 의견 공모를 거쳐 5월 중 개정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3.7%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프랑스 34.4%, 영국 23.2%, 미국 17.9%에 비해 매우 작다. 서구 국가들은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정책적, 자율적 노력도 계속한다. 영국 기업들은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 ‘30% 클럽’을 만들었다. 2003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임원의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 이를 충족하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 등 처벌을 가한다.
앞서 일본 정부는 남녀 공동참여 기본계획의 하나로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2020년까지 1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3년 상장기업 임원 중 1명은 여성을 기용하도록 재계에 요청했다. 2015년에는 유가증권 보고서에 여성 임원 비율을 나타내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재 도쿄 증권거래소 제1부 상장사 중 여성 사외 이사를 선임한 기업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중년 남성 위주로 구성된 일본 기업 이사회는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츠쿠다 히데야키 이곤젠더 파트너는 “이사회에 여성이 포함되면 오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공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과 JP모건체이스 등은 일본 기업에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압박에도 당장 임원으로 기용할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은 기업에 큰 걸림돌이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여성 관리직 비율은 12.1%, 부장급은 6.5%에 그쳤다. 여성 임원의 내부 수혈이 어려운 이유다. 외부 전문가도 적어 여러 기업의 임원을 겸임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컨설팅기업 프로넷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4개 이상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여성이 1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카이 이사오 프로넷 사장은 “변호사와 대학교수 등 경력이 풍부한 적임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