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과 SM상선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 양사 모두 해운산업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상운송 부문 적자가 지속하며 적자규모가 사상 최악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대상선과 SM상선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표면적으로 미주 노선 협력 문제 때문이다. 작년 말 SM상선은 현대상선에 미주 노선에서 공동운항 등 협력 관계를 맺자고 제안한 것을 현대상선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며 단칼에 거절한 것이다.
SM상선은 현대상선의 거절에도 국내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양대 국적선사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현대상선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현대상선은 공식 자료를 통해 미국 경쟁금지법과 SM상선의 대외 신뢰도 문제까지 언급하며 또 다시 거절의 뜻을 나타냈다. SM상선도 이번에는 현대상선의 거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벌써 몇 달째 이어지는 국내 양대 국적선사의 다툼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 측 모두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상은 이달 말 발표를 앞둔 ‘한국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SM상선 측은 현대상선의 정부 지원과 관련해 “채권단 관리체제 하에 투입된 국민혈세는 결국 채권단의 안정적 채권회수가 목적이므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 해운이 아닌 현대상선 살리기를 고수한다면 이는 한국해운 재건이라는 국정과제와 전혀 달리 이용되는 셈이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의 ‘한국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발표가 늦어지는 것이 양 사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금호타이어 매각 등 굵직한 이슈가 터지자 해운업 발전 방향을 놓고도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당초 지난 달 말 ‘한국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나 부처간 이견으로 조율이 필요해 한 달여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 간 이견 조율 중에 있다”며 “현재 신규 선박 발주 등 정부 지원이 시급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사전 지원 여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등 빠른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