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칼럼] 핀테크 투자 더 다양해져야

입력 2018-03-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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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KPMG는 2017년 글로벌 핀테크 투자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핀테크 총 투자 규모는 약 310억 달러로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근 3년간 투자 금액은 총 1220억 달러에 달한다. 여전히 핀테크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핀테크 투자를 대륙별, 분야별, 그리고 투자형태별로 분석한 이 보고서는 최근의 핀테크 트렌드와 올해의 핀테크 산업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 만하다. 2017년 4분기만 살펴보면 실리콘밸리 중심의 미국 핀테크 투자 규모는 58억 달러로 20억5000만 달러인 유럽의 2배, 그리고 7억4800만 달러인 아시아의 8배를 기록하였다. 글로벌 핀테크 투자의 약 3분의 2가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륙별 핀테크 투자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투자를 주도하는 형태가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는 2017년 4분기에 사모펀드의 투자가 급증하면서 역대 분기별 투자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규모를 기록한 반면, 유럽은 벤처캐피털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2017년 4분기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2016년에 비해 그 규모가 대폭 감소하였다.

더욱 주목할 만한 대륙별 특징은 투자 분야의 차이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급 결제나 온라인 대출 등에 비해 비교적 관심이 적었던 보험 분야의 핀테크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인슈어텍(insurtech)’이라고 불리는 이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이 결합된 보험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 맞춤형 보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해 저소득층의 보험 가입을 유도할 수 있고,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도 권장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레그테크(regtech)’가 주목받으며 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방대한 자료를 다뤄야 하는 금융 분야에 첨단 IT기술이 접목되면서 관련 규제도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 보고, 규제 준수, 거래 감시, 위기관리 등의 규제 문제를 혁신적인 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레그테크 기업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도이치방크나 소시에테제네랄 등 주요 금융기관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아시아의 경우 시장을 선도했던 중국의 규제 강화로 2017년에는 핀테크에 대한 신규 투자 규모가 대폭 감소하였다. 이는 급격히 팽창했던 중국의 지급 결제나 온라인 대출 시장이 더욱 건전한 방향으로 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에 따르면 2016년 국내 핀테크 산업에 964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졌고, 2017년에는 2분기 만에 전년도 투자 기록을 상회하였다. 꾸준히 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투자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지급 결제와 온라인 대출 시장 중심의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금융기관의 대주주 또는 CEO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효과적 내부 통제 및 감사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선 방안으로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인슈어테크나 레그테크, 블록체인 등 점점 더 다양해지고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또는 효과적 도입을 위한 은행 중심의 국내 금융기관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도 함께 검토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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