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0시30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다.
보통은 피의자가 불출석할 경우 심문기일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혐의를 자백하거나 반성의 취지로 제출한 서면으로만 판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후배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검사도 긴급체포된 후 영장심사를 포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비서실을 통해 "검찰에서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이 참석해 심사가 진행되는 만큼 불출석만으로 구속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구속사유를 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중에서 하나라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주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고려해야 할 사정일 뿐이다. 앞에서 언급한 구속사유가 없다면 범죄 중대성 등 이유만으로 구속할 수 없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1년 전 구속된 박근혜(66)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지 판단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일정한 주거가 있고 도주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박 부장판사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는 학계 분위기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 피고인이 무죄로 풀려날 때마다 피의자 신병 확보를 수사의 승패를 가늠하는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혐의를 부인할 경우 대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는 일종의 도식이 존재했다"며 "(이번 사안에서도) 증거 인멸 우려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해도 실제로 증거 인멸 우려가 없으면 향후 검사가 입증해나가면서 법정에서 실형을 이끌어내도 된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달 19일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하고 10여개 이상의 혐의를 기재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전후로 110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로 각종 경영비리에 연루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