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 환율조작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타결했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양국은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금지하는 ‘환율조항’ 도입에도 합의했다고 2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수출 확대를 겨냥한 한국의 환율 유도를 막고자 미국이 이런 조항을 맺는 것은 처음이며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상에서도 해당 조항 도입을 압박할 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에 따르면 환율조항은 경쟁적인 평가절하 금지, 금융정책의 투명성과 이에 대한 설명 책임을 명기했다. 양국 정부 재무 담당 부처가 향후 세부 내용을 확정지어 협정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에 포함되지는 않으며 별도의 ‘부대 협정’으로 처리돼 법적 구속력은 없을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미 양국이 환율 조작을 방지하고 외환시장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협정 타결에 임박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철강 부문에서 한국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자동차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에 더 나은 접근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한미 FTA 재협상에 원칙적으로 타결했다. 더 나아가 미국은 환율조작 중단이라는 약속도 받아낸 셈이다.
일반적으로 FTA는 관세 인하와 비관세 장벽 철폐 등 무역 촉진이 주목적으로 환율조작 중단 등 외환 관련 조항은 포함하지 않는다. 그동안 미국도 환율조항을 무역협정이나 부대 협정에 담은 사례는 없다.
한국과의 합의는 다른 무역협정 협상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상대국의 환율조작을 억제해야 한다며 관련 조항 도입을 요구해 왔다. 캐나다, 멕시코와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재협상에도 이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당시에도 도입을 주장했으나 일본 등이 외환시장이 급변할 때 개입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반대해 보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