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저커버그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인공지능(AI) 부문에서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 다른 실리콘밸리 거물들에 뒤지고 있다는 초조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5000만 명 미국 유권자 정보가 유출돼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 쓰였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테슬라도 지난달 주력 차종의 대규모 리콜, 자율주행 모드를 적용한 차량의 교통사고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머스크는 자사가 위기에 처했지만 페이스북과 저커버그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저커버그가 개인 정보 유용 문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23일 머스크는 트위터에 “페이스북 그게 뭐야. 나는 있는지도 몰랐다. 삭제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몇 분 후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등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했다. 모두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던 페이지다.
머스크의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에 대한 적개심에는 AI가 자리 잡고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페이스북 스캔들의 핵심은 영국 선거 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무단으로 페이스북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페이스북은 광고주들을 위한 맞춤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AI를 통한 정확한 데이터 분석력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즉 페이스북은 이번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는 AI 수익화에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량 등 AI에 기반을 둔 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기술력은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업에 못 미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에 데이터가 모여 AI가 강화하고 있다”며 “소수의 사람들이 그 힘을 독점한 가운데 감시를 제대로 받지 않는 상황이라면 좋은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여기에 머스크가 저커버그를 비난한 본심이 숨어 있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플랫폼을 장악한 경쟁사들이 빠르게 AI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머스크의 사업에서 결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기 때문.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업체인 웨이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지금까지 사람이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고 시험 주행한 거리가 약 9000km에 달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아직 이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달 말 일어난 모델X 교통사고 당시 사망한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를 켜놓은 상태였다는 점이 발견돼 테슬라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
머스크는 저커버그와 AI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7월 페이스북 동영상에서 “AI에 매우 낙관적”이라며 “비관주의자들은 AI에 의한 멸망을 말하지만 이는 상당히 무책임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저커버그와 이 주제에 대해 이전에 논의한 적이 있다”며 “그는 AI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맞받아쳤다.
페이스북의 AI 부문 최고과학자인 얀 레쿤은 지난해 9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한 이벤트에서 “머스크의 AI 위협론은 단순한 홍보에 불과하다. 그는 화성 이주를 위해 지구에 가짜 위협을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구세주’로 연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머스크가 AI 논문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면 저커버그가 나를 영입하려 했을 때 그는 내 논문을 모두 읽고 있었다”며 저커버그를 옹호했다. 얀 레쿤은 1980년대부터 기계학습을 연구한 AI 부문의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