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는 2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난관을 헤쳐나가겠지만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나는 3개월에서 6개월 안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그중 일부만 푸는 데도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연계된 영국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에 이용자 5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가총액 1000억 달러(약 105조5500억 원)가 증발했다. 저커버그 CEO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설 예정이다. 각국은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지난달 말 팀 쿡 애플 CEO는 페이스북의 정보 유출을 두고 “나는 이런 상황에 부닥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객을 돈이나 상품으로 생각했다면 엄청난 돈을 벌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고 비판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쿡 CEO의 발언은 극단적으로 말만 번지르르한 것으로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세계의 모든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사람이 많이 있다”면서 “많은 매체와 마찬가지로 광고 수익 모델을 갖는 것이 서비스를 구축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하고 합리적 모델”이라고 역설했다. 저커버그 CEO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봉사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악용 파문과 관련해 “페이스북을 삭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스크 CEO는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등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인공지능(AI)을 두고 저커버그 CEO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거물들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서로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기술 발전과 함께 서로의 영역이 겹치게 되면서 ‘파워게임’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 기기를 판매하는 애플은 이용자 정보 보호를 강조해왔으나 페이스북과 구글 등은 이용자 정보를 통한 광고를 주요 수익 모델로 삼고 있어 근본적으로 가치가 충돌한다”면서 “그러나 저커버그 CEO와 쿡 CEO의 이번 논쟁은 실리콘밸리 내부의 파워게임과도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머스크 CEO의 페이스북을 향한 적개심에는 AI가 자리하고 있다면서 페이스북은 AI로 데이터를 분석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지만 테슬라의 기술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머스크가 저커버그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