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완성차는 내수 판매량이 늘었지만, 의미있는 변화라고 보기에는 미약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수시장은 수입차에 밀리고, 해외에선 신차 부재에 경쟁력이 하락하는 큰 흐름은 바뀐 게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는 한국지엠(GM)을 제외하고 전년대비 소폭 상승했다.
현대차의 지난달 내수판매(6만7577대)는 전년 대비 6% 상승했고, 해외(32만9464대)판매도 소폭(0.8%) 증가했다. 기아차 역시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전년대비 1.9%와 3.7% 판매가 늘었다.
3월 판매만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개선된 것이지만,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의 3월 판매는 설연휴가 1월이냐 2월이냐에 따라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설연휴가 2월에 있었던 올해는 조업과 영업일수가 부족해 많은 출고분이 3월로 미뤄졌다. 2월 판매하락에 따른 기저효과도 포함돼 있다.
결국 1~3월 누적판매를 기준으로한 1분기 성적을 보면 여전히 현대기아차는 국내외에서 고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최근 5년 사이 1분기 판매를 살펴보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지속해서 판매가 줄고 있다. 2014년 1분기에 122만7452대를 기록했던 현대차의 국내외 판매는 올 1분기에 104만8683대까지 줄었다. 4년 만에 14.5%가 줄어든 규모다.
국산차의 이같은 침체는 근본적으로 국내외 다양한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수에서는 수입차가 차종 다양화를 앞세워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독일차는 고급차 시장을 사실상 장악 중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2012년 13만858대를 판매하며 내수시장 점유율 10.01%를 돌파한 수입차는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해 지난해 15.23%(23만3088대)를 차지했다. ‘고급차’에 국한됐던 제품들이 중저가로 다양해졌고, 국산차와 경쟁에 나서면서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입차 판매가 국산차 내수판매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2월 기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각각 5804대와 5353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6192대)와 BMW(6118대) 판매보다 뒤떨어진 셈이다.
해외에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적절한 제품전략을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SUV 광풍이 불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3종류의 모델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도 현지 토종브랜드의 급성장에 밀려 고전 중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신차효과 지속을 위해 노력하고, 해외에선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통해 재고 안정화와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