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와 함께 담배 네 갑(1만800원)을 훔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고등학생 A군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경찰이 조금만 더 신경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실제로 A군의 유족들은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가 A군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울분을 통하고 있다.
이는 경찰이 A군 사건을 조사한 후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부모 등 보호자에게 단 한 차례도 연락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죄수사규칙 211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소년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나 조사를 할 때 그 소년의 보호자나 이에 대신할 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경찰은 소년범 수사 시 필요한 학교전담경찰관(SPO)과의 연계 매뉴얼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소년피의자의 경우 해당 학교를 담당하는 SPO(학교전담경찰관)를 부수사관으로 지정하고, 사후관리와 재발방지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은 비단 A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최근 몇몇 재심 무죄 사건을 재조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경찰은 진상조사위에 8000여건의 재심 무죄 사건 중 경찰의 부실·강압 수사 논란이 일었던 삼례 나라슈퍼 강도 사건과 수원역 노숙소녀 사망 사건 등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가운데 수원역 노숙소녀 사망사건은 지난 2007년 5월 수원의 모 고교에서 10대 소녀가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사건 발생 60여일 만에 경찰에 체포돼 범행을 자백한 20대 노숙자 정모씨는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강모씨는 지적장애 2급이었다.
정씨는 2007년 8월 열린 1심에서 상해치사죄로 징역 7년을, 폭행에 가담했던 강씨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 후 검찰은 '사건의 진범을 잡았다' 고 발표했다. 5명의 가출 청소년들이 소녀를 죽인 범인들이었다는 것.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시인했던 가출 청소년들은 재판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이 짜맞추기 수사로 자신들을 위협하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09년 서울고법은 소년들의 손을 들어줬고, 이듬해 대법원 역시 전원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최초 범인으로 지목된 노숙인 정모씨 또한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이 노숙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숨진 소녀를 노숙인으로 단정짓는 우(愚)를 범했기 때문에 사건은 꼬이지 시작했던 것이다.
경찰은 그 누구보다 먼저 시민의 안전을 챙기고, 보호해야 할 민중의 지팡이다. 죄 없고 힘 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고, 부실 수사 의혹으로 하여금 논란의 중심의 서는 것은 이제 마침표를 찍어 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