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혼서(婚書) ①

입력 2018-04-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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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서는 “경주(慶州:혼주의 본관, 경주 김씨일 경우에는 경주, 전주 이씨일 경우에는 전주라고 쓴다) 후인(後人) ○○○(혼주의 성명) 재배(再拜)”라는 인사말로 시작한다. 즉 “경주 김씨의 후예인 ○○○가 두 번 절하여 인사를 올립니다”라는 뜻이다.

이어서 줄을 바꿔 “시유중하(時維仲夏), 존체백복(尊體百福)”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각 글자는 ‘때 시’, ‘어조사 유’, ‘버금 중’, ‘여름 하’, ‘높을 존’, ‘몸 체’, ‘일백 백’, ‘복 복’이라고 훈독하며 “여름의 중간인 이때에 높으신 어르신께서는 온갖 복을 다 누리고 계시지요?”라는 뜻의 인사말이다. ‘두 번째 단계의 여름(여름의 중간)’이라는 뜻인 ‘중하(仲夏)’ 대신에 계절에 맞게 초가을이면 ‘초추(初秋)’, 초겨울이면 ‘맹동(孟冬 孟:맏 맹)’ 등을 적절하게 쓰면 된다.

‘時維’의 ‘維’는 글자 수를 네 글자로 맞추기 위해 뜻이 없이 끼워 넣은 어기조사(語氣助詞)이다. 그다음은 “복지장자(僕之長子) ○○, 연기장성(年旣長成), 미유항려(未有伉儷)”로 이어지는데 비교적 어려운 글자를 훈독하자면 ‘종 복(僕)’, ‘이미 기(旣)’, ‘자랄 장(長)’, ‘못할 미(未)’, ‘짝 항(伉)’, ‘짝 려(儷)’ 등이다.

해당 부분은 “저의 맏아들인 ○○(이)가 이미 장성하였으나 아직 짝을 이루지 못하여”라는 뜻이다. ‘복(僕)’은 상대에 대해 자신을 낮춰 겸손함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자칭이다. 옛 편지투의 글에서 많이 사용해 왔다. ‘항려伉儷)’는 두 글자 다 ‘짝’이라는 뜻인데, 두 글자를 함께 사용하여 부부라는 의미로 쓴다.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작품에 “김철수 이영희 항려혼경지희(伉儷婚慶誌喜)”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婚慶誌喜’는 ‘혼인 혼(婚)’, ‘경사 경(慶)’, ‘기록할지(誌)’, ‘기쁠 희(喜)’로 이루어진 구절로서 “김철수와 이영희가 혼인하는 경사에 그 기쁨을 기록하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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