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작은 놈’ 뒤에 ‘더 작은 놈’… 점점 더 커지는 SUV 틈새시장

입력 2018-04-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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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세그먼트 SUV 경쟁, 쌍용차 ‘티볼리’ 대성공에 완성차업계 경차 기반 SUV 개발 나서…기아차, 모닝 변형한 ‘피칸토 X’ 해외 출시…현대차도 콤팩트 SUV 계획

SUV의 본격적인 등장은 ‘2차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는 이름도 사라진, 여러 자동차 메이커에서 네바퀴굴림 군용차를 줄기차게 생산했다. 편의 장비는커녕 철저하게 기능에만 치중했던 이들은 자동차라기보다 하나의 ‘장비’에 가까웠다.

그렇게 숨 가쁘게 돌아가던 공장들은 전쟁이 끝나자 위기에 몰렸다. 군납(軍納)을 대체할 수 있는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살아 남은 몇몇 기업만 군용차를 개조해 민간용으로 SUV를 선보였다. 크라이슬러의 디비전이 된 미국의 지프(JEEP)가 대표적이다.

▲기아차 ‘피칸토 X’ 라인.
▲기아차 ‘피칸토 X’ 라인.

◇2차 대전 이후 니치 시장 노렸던 SUV = 자동차 산업이 대량생산 체제로 접어들었지만 SUV는 늘 변방에 머물렀다. 승용차보다 가격이 비쌌고 실용성에서 풀사이즈 픽업에 밀렸기 때문이다.

사정이 달라진 건 1990년대 말부터다. 세기 말 분위기 속에서 완성차 메이커는 기존 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3박스 타입의 세단 대신 독특한 새 모델을 추가하기 시작한다. 틈새시장을 노린 이른바 니치(Niche) 모델이다.

이 무렵 “SUV는 크고 육중하며 비싸고 튼튼해야 한다”는 선입견도 깨졌다. 한국과 일본 메이커가 속속 값싼 비용, 즉 승용차 플랫폼(뼈대)을 이용해 소형 SUV를 내놓기 시작했다. 개발비용을 줄이다 보니 자연스레 차 가격도 내려갔다. 마음만 먹으면 중형 세단 가격에 SUV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셈이다. 결국 중형 SUV를 중심으로 소형과 대형 SUV가 각각 아랫급과 윗급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B세그먼트 SUV 분야에서 성공한 쌍용차 티볼리 = 이런 분위기 속에서 B세그먼트로 불리던 소형 SUV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에선 쌍용차가 티볼리를 앞세워 이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누가 봐도 탐낼 만한 디자인 덕에 티볼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소형 해치백에 가까웠지만 SUV를 겨냥한 홍보와 마케팅도 성공적이었다.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가 점령했던 엔트리급 SUV의 아랫급을 파고들면서 성공적인 니치 전략의 표본으로 평가받았다.

철옹성 같았던 티볼리의 아성은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이 뛰어들어도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막대한 물량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지만 여전히 티볼리의 아성도 건재하다.

이렇듯 B세그먼트 성공에 고무된 완성차 메이커가 결국 A세그먼트, 즉 배기량 1000~1300㏄급의 소형차를 밑그림으로 SUV 개발에 나섰다. A세그먼트 SUV는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수천억 원의 개발비용을 들여봐야 평균 가격이 낮아 마진이 그만큼 적다. 비싼 물류비용 탓에 해외에 수출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결국 기존 A세그먼트 소형차(또는 경차)를 SUV로 변형시키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개발비용이 적게 들어 초기 시장 진입이 유리하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쉐보레 ‘스파크 액티브’.
▲쉐보레 ‘스파크 액티브’.
◇경차 모닝과 스파크 밑그림으로 SUV 특징 더해 = 이미 기아차가 해외시장에서 경차 모닝을 바탕으로 ‘SUV 룩(Look)’을 더한 피칸토 X라인을 선보여 반응을 살폈다. 기존 모닝과 큰 차이 없이 타이어 사이즈를 키우고 차 높이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SUV 디자인에 주로 이용됐던, 앞범퍼 하단에 ‘스키드 플레이트’와 휠하우스에 우람한 ‘오버 펜더’를 덧대 기존 모닝과 차별화했다.

쉐보레 스파크도 비슷한 방식을 통해 스파크 액티브를 선보였다. 이전 스파크와 달리 오버 펜더를 덧대고 앞범퍼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 SUV 분위기를 살렸다. 물론 타이어 사이즈도 키웠다.

이들은 본격적인 험로 주행을 위한 차가 아니다. 심지어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없다. 다만 시장 자체가 맹목적으로 SUV를 추종하는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한 모델이다. 침체된 경차 시장의 다변화와 함께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소형차(엑센트 단종) 수요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도 신차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차도 2019년 A세그먼트 SUV 시장 진출 = 시장 반응이 기대치를 넘어서자 현대차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르면 2019년 상반기에 코나 아랫급에 자리매김할 콤팩트 SUV를 선보인다. 다만 모닝을 베이스로 한 피칸토 X라인이 등장한 것과 궤가 다르다. 기존 모델의 변형이 아닌, 전혀 다른 새 디자인과 콘셉트를 도입할 예정이다.

위축된 경차 시장에서 일부 수요를 끌어오고 엑센트가 단종되며 사라졌던 B세그먼트 일부 수요까지 타깃으로 삼았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코나와 판매 간섭을 피하기 위해 차별화 준비도 한창 진행 중이다. 엔진은 1000cc급 카파엔진에 터보를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 이름으로 ‘레오니스’가 유력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판매원가를 낮추고 수익을 맞추기 위해 현대차가 직접 생산할지, 기아차 모닝과 레이처럼 위탁생산 체제를 이용할지가 숙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A세그먼트 새 모델은 SUV보다 크로스오버 모델을 뜻하는 CUV에 가깝다. 크로스오버 모델은 2가지 이상의 목적을 한데 담은 다목적 차를 뜻한다. 예컨대 승용차의 편안함과 SUV의 기능을 더한 소형 해치백(미니밴 포함)도 CUV에 속한다. 이처럼 SUV 콘셉트가 다양한 체급으로 영토확장 중이다. 오랜 시간 자동차 산업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었던 3박스 세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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