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광고에 깨알 글씨로 어려운 말 적는 이유는?

입력 2018-04-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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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정양훈(36·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바른 제공)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정양훈(36·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바른 제공)

인터넷, TV 광고 등을 유심히 보면 제품 성능을 설명하면서 그 성능의 전제조건이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사의 공기청정기 광고를 보면, 오염물질의 99.95%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하면서 99.95% 제거 성능은 '실험실 환경에서 22.8l/s의 유입량 기준으로 필터로만 실험한 결과'라는 문구가 작게 적혀 있습니다.

어떤 광고에는 ‘AHAM AC1-2015 표준은 공기청정기 제조회사에서 공기청정 성능을 특정 실험실에서 대기 중에 부유하는 미립자 물질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지를 테스트한 성능’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번역 투 글이 적혀 있기도 합니다.

성능의 전제조건을 명시하고 있는 최근 광고의 추세는 부당한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태도를 의식한 결과로 보입니다.

즉 공정위는, ‘5미크론 이상 입자 제거효율 99%’ 등의 문구가 적힌 에어컨 필터 광고에서 99% 제거 성능은 사업자가 스스로 정한 임의의 기준에 따라 측정된 결과일 뿐 일반적인 환경에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 필터 광고에 99% 제거 성능이 발현되는 전제조건(실험실 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적었다면, 거짓·과장성 여부가 달리 판단될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려운 크기, 색상으로 전제조건을 표시하였다면 전제조건이 표시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H사가 1mm 크기의 글씨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고, 이를 보험사에 판 사안에서 대법원은 1mm 고지는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정한 수단'을 통한 개인정보 동의라고 보았습니다.

제품의 유통 주기가 날로 짧아짐으로써 초반 마케팅에 따라 그 제품의 성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광고에 적힌 일부 문구 때문에 마케팅이 중단된다면 대외적인 이미지 손상으로 제품 판매가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허위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경계가 날로 심화되고, 집행기관의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살펴본 사정을 광고에 반영하여 이러한 리스크를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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