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핵 협상을 바꾸려는 미국의 압력은 매우 위험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며 협정문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리프 장관은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미국 뉴욕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까지 대이란 제재를 되살릴지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을 ‘최악의 협상’이라고 묘사해왔다. 이달 초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란 핵 협상에서 그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허점을 통과할 수 있는지 보았다”면서 “우리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이 제재를 재개하면 2015년 이란과 서방 6개국이 맺었던 핵 협상 타결 협정문이 휴짓조각이 되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6개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합의를 채택했다.
전날 유엔 주재 이란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프 장관은 이란이 협상 조건을 지키고 있으나 미국은 이란이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협상을 이행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란이 협정의 혜택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란이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이행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정부가 미국의 제재 재개에 대응할 방안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극적인 행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때가 되면 우리는 국가 안보 이익에 기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그 결정이 무엇이든 미국에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을 유지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협정이 폐기되면 지역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중동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 보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려고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를 도출하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북한과의 결론을 보려면 갈 길이 멀다”고 썼다. 이어 “와우,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들은 비핵화와 시설 폐쇄, 더 이상의 실험을 하지 않기로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북미 정상회담은 아직 계획 단계에 있고 미정”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