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핀란드 정부는 지난달 기본소득제 실험을 중단해 이 제도가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음을 보여줬다.
앞서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1월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매월 560유로(약 72만 원)를 조건 없이 주는 기본소득제 실험에 착수했다. 당초 이 실험은 내년까지였지만, 정부는 올해 12월을 끝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핀란드가 이 실험을 한 취지는 AI에 따른 일자리 위협보다는 9%가 넘는 실업률을 낮추려는 의도에서였다. 실업자들이 임시직 일자리라도 구하면 기본소득과 더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서 장기 실직 상태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평가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단한 것 자체만으로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기본소득제에 역량을 쏟아붓기에 앞서 세계 각국 정부가 AI를 활용한 ‘잡-매칭(Job-Matching)’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떤가.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일부 개발도상국을 제외하면 구인·구직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자리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이다. 구직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기업이 어디에 있는지 정보가 부족해 실직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들도 막상 필요한 업무에 직원이 없어서 아우성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소멸 리스크도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워런 버핏은 1월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앞으로도 경제의 기적을 계속 창출할 것”이라며 “미국은 건국 초기 80% 이상의 사람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산업구조가 격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실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변화의 시기에 시급한 것은 실직자가 새 일자리를 금방 찾아갈 수 있도록 매칭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근로자들이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AI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분석 능력을 활용해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소프트뱅크와 유니레버,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를 서류 심사와 면접 등 채용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보수와 근무 환경, 문화 등 기업들에 대한 데이터도 AI 플랫폼에 담겨 구직자들이 더 쉽게 자신에게 맞는 기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면 국가 재정 악화, 근로자에 대한 역차별, 무분별한 소비 조장 등 부작용이 어마어마하게 생길 수 있다. AI를 활용해 구직자가 언제나 쉽게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 골치 아픈 기본소득제 고민을 안 해도 된다. 국민에게 달마다 푼돈을 주고 연명하라고 하기보다는, 일해서 생계도 유지하게 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좋은 솔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