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주(대형주) 234개 종목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에 편입된 가운데, 한국 증시의 MSCI 선진시장(DM)지수 편입은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위한 더 나은 시장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증시는 1992년 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된 이후, 2008년 MSCI 선진시장지수 편입을 위한 후보군인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MSCI의 요구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와의 입장 차이로 답보 상태를 보였고, 2014년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이는 한국 증시가 그동안 FTSE(2007년), S&P(2008년), 다우존스(2008년) 선진국지수에 각각 편입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정부는 2016년 8월 국내 주식 및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30분씩 연장하는 한편 지난해 3월 외국인에 대해 통합결제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를 개설하는 등 MSCI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구는 단기적으로 반영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쟁점 사항 중 하나는 역외 원화시장 개설이었다. MSCI는 원화의 환전성이 부족한 만큼, 국내 은행을 거치지 않고 24시간 환전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 하지만 정부는 한국 시장이 소규모 개방 경제체제인 데다 수출입 비중이 높아, 역외 원화시장이 개설되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외국인에 대한 투자등록 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요구에, 정부는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가 없으면 투자 주체가 불분명해지면서 시장이 교란될 것을 우려했다. 이밖에도 MSCI의 코스피지수 사용권 요구는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지수 편입과는 그 본질에서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증시가 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돼 한국 증시와 ‘동급’에 올라서자,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시 관찰대상국에 오르더라도 심사에 1년이 소요되고, 실제 편입은 다시 1년 후에나 가능한 만큼, 향후 몇 년간 한국과 중국 증시가 외국인 자금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규모 증가세와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자금 순유입 규모를 고려하면 신흥시장지수에서 한국물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15일 MSCI는 한국지수에 셀트리온제약, 삼성엔지니어링, 에이치엘비, 바이로메드, 펄어비스 등 5개 종목을 편입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위아, SK네트웍스 등 3개 종목을 편출했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 및 게임 종목의 비중이 높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로 편입된 종목들은 외국인 패시브 수급 유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