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류허 중국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 대표단이 현재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가운데 양국은 17~18일 이틀간 2차 역협상을 벌인다.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거액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라고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중국이 어디까지 양보할지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협상이 성공할지 의심스럽다면서 중국에 압박 전술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기자회견에서 “그게 성공할까? 나는 의심스럽다”면서 “중국이 매우 버릇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100% 얻어가고 있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미국이 과거 수년간 너무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에 미국이 줄 것은 매우 적다. 중국은 줄 것이 많다”고 트위터에 썼다.
중국은 미국산 콩과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 확대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한 에너지 광물 자원, 반도체 등의 구매 증가를 제안하고 ZTE 제재 완화를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해 약 3800억 달러(약 410조7800억 원)를 기록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2020년까지 올해 대비 2000억 달러 줄이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발표한 대중 제재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농가에서는 가격 하락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중국의 농산물 수입 증가로는 무역적자 2000억 달러 감소를 달성하기는 어려우나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권에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ZTE에 대한 제재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했다며 ZTE가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 ZTE는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는 등 경영난에 빠졌다. 중국은 ZTE 제재를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로만 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국내외 통신망 정비에 차질을 우려해 “3대 국영 통신사 등 다른 대형 국영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에서 ZTE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로 논의를 한 것 같다”면서 ZTE 문제 해결은 시 주석의 지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더 큰 무역거래와 관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ZTE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중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를 잃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협상과 별도로 미 의회는 중국의 자국 투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회가 초당적으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다. 법안은 미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과 해외에 투자하려는 미국 기업에 대한 CFIUS의 감시를 강화한다. 민감한 미국 시설 근처의 부동산 구매 또는 임대 계약,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구매자의 소유권이 불분명한 계약 등을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미국 기업의 해외 거래에 대해서는 합작회사를 통해 핵심 기술을 넘겨주는 것을 막는 조치가 포함됐다. WSJ는 법안 초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으며 경제 안보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진전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