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 설립 시 합작계약에 따라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서신을 수령했다고 공시했다. 정식 콜옵션 행사 통지는 아니지만 양 당사자가 콜옵션 대상 주식의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자는 내용이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시한은 다음달 29일로 끝난다.
현재 에피스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4.61%, 바이오젠이 5.39%를 보유하고 있다. 콜옵션이 행사되면 바이오젠의 지분은 ‘50%-1’주로 늘어난다. 또한 주주간계약에 따라 공동경영권 행사도 가능하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전날(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다룬 감리위원회에서 가장 쟁점이 된 사항이다. 삼성 측은 2015년 7월께 바이오젠에서 공동경영권 행사 의향이 담긴 서신(Letter)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배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전제로 그해 에피스의 평가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초부터 1년여간 특별감리를 실시한 결과 2015년 당시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요청이 무산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7월 공동경영권 행사 요청 이후 삼성과 바이오젠의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았고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도 철회되면서 바이오젠이 공동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주장과 증거들이 받아들여질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변동될 사유가 없는데도 ‘자의적으로’ 회계기준을 변경한 셈이 된다. 이 경우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제재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 측은 바이오젠의 실제 콜옵션 행사를 통해 이러한 의혹을 일부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분식회계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추가지분을 확보한다는 것은 에피스의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젠이 정식으로 콜옵션 행사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에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며 “금감원과의 감리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콜옵션 행사 예고 통지가 삼성 측에 유리한 근거로만 쓰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이 실질적인 지배력 변동을 예상했던 2015년이 아니라, 3년이 지나 콜옵션 행사 만료를 앞두고서야 바이오젠이 권리를 행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5일 2차 감리위원회는 양측이 번갈아 주장하는 대심제로 열리는데 이번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통지 자체가 유의미한 새 증거가 되긴 어렵다”며 “기존 쟁점들에 대해 심도있는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