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은 화장된 골분(骨粉)을 지정된 나무뿌리 주위에 뿌리거나 묻는 장례 방식이다. 비석이나 상석, 봉분 등 인공 구조물 없이 유해를 묻는 나무에 식별만 남기는 방식이어서 자연 친화적이다. 그는 생전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다. 나는 죽으면 화장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LG상록재단을 설립해 장묘문화 개선을 추진한데 이어 본인이 솔선수범해 수목장에 나선 것이다.
수목장에 앞서 22일 오전 8시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구 회장의 발인은 ‘조용한 장례’를 당부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가족과 지인 100여 명만 참석해 차분하게 치러졌다. 발인식에는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부회장단도 참석했다.
사흘 연속으로 빈소를 찾은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추모사를 낭독했고, 고인의 영정 사진에 유족들이 헌화한 뒤 묵념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구 회장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은 건 맏사위 윤관 블루벤처스 대표였다. 윤 대표를 필두로 과거 고인을 모셨던 6명의 직원들이 구 회장의 관을 들고 리무진 장의차로 향했다. 뒤를 구 회장의 외아들이자 후계자인 구광모 LG그룹 상무가 따라갔고, 유족과 범LG가 친지들 수십명이 그 뒤를 따랐다.
창업주부터 동업 관계를 이어왔던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고인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희범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허영만 화백도 발인까지 함께했다.
SNS에서도 고인에 대한 추모는 이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 회장은 중간 값의 술을 즐겨 드셨다. 너무 싼 술을 마시면 위선 같고, 너무 비싼 술을 마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라며 고인을 회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도 페이스북에 “2009년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뒤 봉하마을을 지키고 있을 때 구 회장께서 약밤나무 묘목을 보냈다”며 “북한에서 어렵게 구한 묘목을 당신 농장에서 키우셨다고 한다”고 썼다. 구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재계 총수로는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정상국 전 LG 부사장도 페이스북에 “한국 최대 재벌의 아들 같은 분위기도 전혀 없었고 그저 보통 사람이었다”며 “누구를 만나도 반말하지 않고 먼저 명함을 건네며 ‘저 LG 구본무 입니다. 이거는 그냥 찌라십니다. 받아 두이소’라고 하는 동네 아저씨 같았던 분”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