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사업자가 납품 단가를 깎기 위해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벌점을 매겨 공공 입찰 참여를 제한키로 한 것은 부당한 납품 단가 인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또 대기업의 상생지원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존 성과공유제를 ‘현금공유’ 중심으로 대폭 개편하고 ‘협력이익공유제’ 개념을 도입해 상생 협력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대리점이 익명으로 본사의 법 위반 행위를 제보할 수 있는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는 등 제재를 강화해 ‘남양유업 사건’으로 대표되는 ‘대리점 갑질’을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또 많은 중소기업이 부당한 납품 단가 인하 요구에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올 하반기 상생법을 개정, 하도급 거래 이외에 수탁·위탁거래에서 공급원가 변동이 있을 경우에도 납품 대금 조정 협의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불공정거래 감시를 위해 ‘상생협력 임원(CCO)’을 기업별로 자율적으로 선임하도록 유도키로 했으며 중견-중소기업 간 갑질을 막기 위한 ‘중견기업 동반성장 평가’도 신설한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정책도 대폭 손질한다. 중기부는 국정과제인 ‘협력이익배분제’를 ‘협력이익공유제’로 용어를 변경해 올해 상반기 법제화를 추진한다. 또 내달 중으로 협력이익 공유의 기준·유형·인센티브·확인제 운영 방안·상생협력법 개정안 등을 담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확산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에 운영되던 성과공유제가 중소기업에 실질적 혁신 유인이 될 수 있도록 성과 공유 인정 유형은 ‘현금 공유’ 중심으로 개편, 기존 10개 유형에서 2개 유형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금 배분, 물량 매출 확대 과제만 인정하고 현금 배분의 배점도 0.2점에서 1.2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의 혁신 자원에 대해 개방하는 상생의 ‘오픈 이노베이션’ 정책을 시행하고 개방형 상생협력기금도 신규로 1조 원 조성하기로 했다.
◇ 공정위, ‘대리점 갑질횡포’ 뿌리 뽑는다 = 이날 당정협의에서 공정위는 5918개 대리점을 실태조사한 결과 5개 분야, 15개 세부과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발표한 ‘대리점 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에 따르면 공정위는 매년 업종별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해 거래 관행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발굴하고, 직권조사의 단서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의류 업종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또 법 위반 행위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대리점이 익명으로 본사의 법 위반 행위를 제보할 수 있도록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행 대리점법과 시행령에 규정된 금지행위 외에 세부 금지행위 유형을 고시로 지정해 규제 명확성을 높일 방침이다. 공정위는 그 예시로 대리점에 상품 구입을 강제하고, 대리점에 과도한 판촉행사 비용을 분담시키고, 판매 목표 달성을 강제하며, 대리점에 계약 해지를 빌미로 불공정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등을 제시했다.
특히 공정위는 대리점주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고 악의성이 명확한 본사의 보복조치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또 손해배상소송 시 피해 대리점이 보다 원활하게 손해를 입증할 수 있도록 대리점법에도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