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와 비밀리에 만나 신사옥 유치 계획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롤리, 더럼 지역에 신사옥을 짓는 방안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지역은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1월 애플은 처음으로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 이외 지역에 신사옥을 건설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 상황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쿡 CEO는 지난 3월 MSNBC 쇼 녹화에서 신사옥 지역 선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애플은 미인대회 같은 성격의 행사 열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존이 택한 방식은 한 명의 승자와 여러 명의 패자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나의 도시를 선택하는 데 엄청난 인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윈윈(win-win)’”이라고 강조했다.
비긴스레시사피로의 제이 비긴스 전무 이사는 “애플의 방식이 더 보편적이며 장점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의 90% 이상이 신사옥을 짓거나 본사를 옮길 때 후보 지역을 밝히지 않으며, 심지어 물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밀리에 진행함으로써 도시의 홍보 활동에 현혹되기보다 협상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과 반대로 아마존은 제2 본사를 건설하되 지역 선정을 공개 응모로 진행했다. 작년 9월 아마존은 약 20년간 대략 5만 개의 일자리와 50억 달러(약 5조397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지역에 유치할 기회라며 오디션을 열었다. 무려 238개의 도시가 응모했으며 지난 1월 북미 지역 20개의 도치로 압축됐다. 최종 도시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비긴스는 아마존의 방식을 두고 “경쟁심이 과열돼 무의미한 거품만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종 지역으로 선택받지 못하면 유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갈등만 커질 수 있다”며 “실제 많은 도시가 이 문제로 떠들썩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개 응모 방식이 갖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도시전략의 디디 콜드웰 회장은 “아마존의 접근법은 정보 수집에 유리하며 향후 데이터 센터 건립 장소 등 프로젝트를 물색할 때 지역 선정을 수월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앨라배마센터의 K.C 콘웨이 이사는 “공개 응모 방식으로 지역과 투명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2012년 오스틴 사옥의 규모를 2배로 늘릴 때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텍사스주는 오스틴 사옥에 향후 10년간 3억4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애플은 텍사스 내 고용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신사옥에 얼마나 많은 직원이 근무하게 될지도 밝히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오스틴 사옥에는 현재 1만2000명이 일하고 있으며 텍사스주 사옥에는 6000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두 개 지역 외에도 애플은 미국 내 오리건주, 네바다주,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다.
현재 애플의 신사옥 설립지로 가장 유력한 곳은 노스캐롤라이나주다. 애플의 고위급 경영진들이 노스캐롤라이나주와 강한 유대 관계가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쿡 CEO가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은 듀크대학교가 있는 곳이다. 쿡 CEO 외에도 에디 큐 수석 부사장이 듀크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