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와 국외 주식 투자 비중이 역전되고, 몇 년 뒤에는 해외 비중이 국내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년 말까지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18%로 줄인다. 2017년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21.1%였는데, 2년간 약 3%포인트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해외 주식 비중은 올해 17.7%에서 내년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몇 년 전부터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내 주식시장 투자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지적에 따라 해외 주식 투자를 늘려왔는데, 내년에는 처음으로 해외 주식 비중이 국내 주식 비중을 넘어서게 된다. 국민연금은 2023년까지 국내 주식 15%, 해외 주식 30% 안팎으로 비중을 조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5년 후에는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이 국내 주식의 두 배 정도 규모가 된다.
국민연금은 규모 면에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지만, 투자 자산의 대부분이 국내에 집중돼 있어서 ‘연못 속 고래’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2월 기준 626조 원에 달하는 운용자산 중 국내 주식(20.9%)과 국내 채권(46.7%)에 투자된 돈이 67.6%에 달한다. 글로벌 증시에서 국내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시가총액 기준 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기형적 포트폴리오 구조다. 이와 달리 해외 선진 연기금은 글로벌 시장에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한 해 수조 원에 달하던 신규 자금 투입이 중단되는 데 따른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밝힌 내년 국내 주식 투자 목표 금액은 131조7000억 원으로, 올해 2월 말(129조6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줄어들더라도 전체 운용자산이 증가해 투자 절대 금액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신규 자금 투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연기금 자금 유입을 기대하던 코스닥시장에는 이번 방안이 심리적 악재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기금운용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2대 주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공개서한 발송, 대한항공 경영진과의 면담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이런 방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주주 권한으로 의결권 찬반, 기업 배당 확대 등의 제한적 조치만 시행해 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정부가 기업 경영권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 공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276곳에 달한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연기금의 의사 결정 구조를 고려하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