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로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에게 생일 한 달 차이로 규정된 나이를 넘지 않았다며 임금피크제 지원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4일 은행에 재직 중인 하모 씨와 김모 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낸 지원금 거부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는 근로자의 줄어든 임금 일부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근로자 보호에 주된 목적이 있다"며 "만 55세가 되기 전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은 근로자에게 지원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제도다.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경우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또 "기업 입장에서는 개별 근로자가 만 55세가 되는 날부터 임금피크제를 운용한다면 근로자마다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는 날짜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과도한 행정적 비용이 지출된다"라며 "근로자 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비용 또한 커질 수밖에 없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 55세가 되는 해부터 일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하 씨와 김 씨가 재직 중인 은행은 근로자가 만 55세가 되는 해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데 상반기 출생자는 3월 1일부터, 하반기 출생자는 9월 1일부터 적용한다. 하 씨와 김씨는 5월생으로 상반기 출생자에 해당해 만 55세가 되는 해의 3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다. 이들은 그해 4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지원해달라고 신청했으나 노동청은 5월생인 이들이 만 55세가 되지 않았다며 지원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하 씨와 김 씨는 노동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