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페소화 가치 급락과 자금 유출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500억 달러(약 53조8500억 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한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가 아르헨티나에 500억 달러 규모의 3년짜리 대기성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대기성 차관이란 IMF 가맹국이 정해진 금액과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에 추가적인 협의 없이 돈을 인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하는 제도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이후 17년 만에 또다시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7%에서 1.3%로 낮춰야 하며 2020년에는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현재 28%인 물가상승률은 내년 17%, 2020년 13%, 2021년 9%로 낮출 계획이다.
4월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달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 달러화 대비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34% 하락했다.
알페르토 베르날 XP인베스트먼트 신흥시장 및 글로벌 전략가는 "불황이 시작된 후에 하는 것보다 지금이 낫다"면서 아르헨티나가 일찍이 IMF에 지원을 요청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최대한 빨리 수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번 결정은 아르헨티나의 경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서 "우리는 금융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아르헨티나 정부의 노력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당국의 여러 가지 약점을 해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최근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통화가치가 하락과 자금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당 3.85헤알까지 떨어지며 2016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와 터키 등도 통화가치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