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권 집값이 오른다고?

입력 2018-06-13 06:00 수정 2018-06-1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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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호재 없는 지역의 상승세는 경계 대상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북권이나 수도권 일부 단지는 상승세다.

일반 경제는 물론 뜨거웠던 주택시장마저도 가라앉는 분위기인데도 특정 지역은 최근 오름폭이 가파르다. 집값이 오를만한 재료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런 장세가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상승세가 꾸준히 유지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발성이 강하다. 시간이 좀 흐르면 오름세가 금방 꺾이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리다.

왜 그럴까.

지하철 개통처럼 파급력이 큰 개발 호재가 있으면 분명 상승폭은 커진다. 개발 계획 발표 시점에 가격이 급등하고 그 후에도 힘은 좀 약해질지 모르지만 상승 기류는 여전하다. 완공 때까지 호재의 영향력은 지속된다.

하지만 이와 무관한 지역의 상승세는 뭔가 이상하다. 시장 전반이 오름세를 나타내는 호황기라면 몰라도 침체기에 별다른 이유 없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석연찮은 기류다. 누군가가 장난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작전 세력이 개입됐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배후 세력은 늘 존재한다. 호재가 있던

없던 그렇다. 시장을 움직이는 세력으로 큰 손과 부동산 중개업자 등을 꼽곤 한다.

이들의 가격 부추기기 수법은 다양하다. 큰 손들이 부동산 업자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기도 하고 중개업자가 직접 부동산 소유자와 짜고 가격을 부풀리기도 한다. 시세보다 높게 팔아 매각 차익을 챙기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토지 시장에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3.3㎡당 10만 원하는 토지를 12만 원에 팔아준다고 약정하고 실제로는 가격을 더 높여 매각해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런 일이 성행하면 관련 지역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고 이로 인해 각지에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투기판이 벌어지게 된다.

주택시장은 양상이 좀 다르다. 가격을 잔뜩 올려놓은 뒤 팔고 빠지는 수법이 주요 전략이다. 중개업자는 거래를 촉진시키기 위해 시장을 띄우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요즘 신문기사를 보면 그런 기미가 역력하다.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강남권이 무너지면 다른 곳도 냉기가 돌아야 정상이다. 인기 지역의 매기가 약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안 좋다는 뜻이다. 경제력 기반이 약한 곳일수록 불경기를 더 타는 법이다.

그런데도 특정 지역의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호재가 생겼다든가 아니면 작전 세력이 개입됐을 공산이 크다. 가격을 부추길만한 소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재개발· 교통 개선 등에서부터 스토리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실제 이행되는 호재도 있지만 계획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특정 지역과 가격차가 너무 벌어져 투자성이 커졌다는 논리까지 등장한다. 강남권은 가격이 너무 올라 먹을 게 없지만 강북권은 상대적으로 적게 올라 상승 여력이 크다는 주장 같은 것 말이다. 근래 들어 강북권 일반 아파트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도 이런 배경인 듯싶다. 시장 판도를 잘 읽는 일반인의 개별 움직임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은 전문가로 불리는 부동산 컨설팅업자가 투자자들을 몰고 다니는 형태다. TV 프로그램이나 신문기사 등을 보면 시장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최근부터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마포·용산·성동구 등 소위 ‘마용성’은 상승 폭이 억 원대라고 한다. 성북구 쪽도 몇 주 사이에 1억 원 이상 올랐다는 얘기가 들린다. 서울 중심과 가깝다는 강점이 있는데도 저평가됐다는 게 상승 배경이다. 이런 말은 예전부터 나왔고 그래서 가격도 많이 올랐다. 그런데도 또다시 같은 논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잣대라면 투자 대상은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특정 지역만 값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가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특정 시기에 매입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웬만한 수요로는 가격을 밀어 올리기 어렵다. 보이지 않은 손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에서도 벌어진다. 요즘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 아파트 값이 급등한다고 야단이다. 분당은 판교 집값이 많이 오른 영향이 크다. 같은 생활권인데도 가격차가 심해 기존 분당권의 상승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전형적인 저평가 논리다. 수급 균형이 맞지 않으면 주변 집값도 오른다.

그렇다면 분당과 수지의 상승세는 과연 수요가 많아서 벌어진 현상일까.

판교 집값이 비싸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분당·수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대폭 늘어나서 생긴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매입 수요가 늘어났다 해도 집값을 끌어올릴 정도는 아닌 듯하다.

특히 경기가 나쁠 때는 실수요자가 감소해 가격을 떠받칠 힘이 부족하다. 몇 사람의 투기 세력으로 가격을 올려놓는다 해도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확실한 호재가 없다면 몰라도 사리에 맞지 않은 상승세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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