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Fed)이 금리인상과 함께 향후 인상 속도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 전망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당장 50bp(1bp=0.01%포인트)까지 확산하면서 자본유출 우려에 대한 경계감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당국과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이 바로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일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취약 신흥국 위기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칠 파급효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가 최대 100bp까지 역전되더라도 감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역전폭이 125bp까지 확대됐던 경험도 있다.
기준금리와 달리 시장금리는 미국 금리상승에 맞춰 오르고 있다는 점도 연준 금리인상 영향력을 줄이는 요인이다. 실제 한미 10년물간 금리 역전폭은 20bp 가량으로 지난달 중순 31bp에서 좁혀지고 있는 중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역전폭 100bp까지는 견딜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2일 현재 3개월물 통화안정증권과 라이보(LIBOR) 기준 내외금리차와 달러조달 사정을 의미하는 3개월물 스와프레이트를 감안한 차익거래 유인은 0.69%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만큼 원화조달이 쉬운데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순간 이득을 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은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올 들어 5개월째 유입 중이다. 5월에만 30억5000만 달러(3조283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돼 지난해 2월(45억4000만 달러 유입) 이후 1년3개월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물가와 경기 측면에서 한미 상황이 다른 점도 고려요인이다. 연준은 인플레와 관련해 올해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자신하고 있고, 단기 경제전망도 상향조정했다. 반면 한은은 올해 물가가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경기판단에 대해서도 자신하지 못하는 중이다. 12일 공개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실물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물가상승률이 2% 목표수준으로 수렴해 갈 수 있을지 여부를 현시점에서 예단하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시장 상황과 취약신흥국 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계심을 갖고 보는 것은 소위 경기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연준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완화기조 축소를 시사하고 있는 만큼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밤사이 미국채 10년물 금리 상승폭이 1bp에 그친데다 미 달러화도 안정세를 찾았다. 이에 따라 원화환율과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도 단기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 만큼 당장 한은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미국과 한국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등 상황을 본 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원 실장도 “연준이 점도표를 상향조정한 만큼 한은도 하반기 중 한번 정도 금리를 따라 올릴 필요는 있겠다”며 “신흥국 위기가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넘어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력이 클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관련국별 개별 금융회사의 익스포저가 얼마씩 있는지 미리 밝혀주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