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실험실을 자동화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최근 일라이릴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신설한 30만 제곱피트(약 2만7870㎡) 규모의 연구센터에 9000만 달러(약 974억 원)를 투입해 실험용 로봇을 투입했다. 로봇 팔이 세포를 성장시키고 DNA를 분리하며 표본을 엽서 크기의 플라스틱판에 넣는다. 측정기과 다양한 장비 사이에서 표본을 옮기는 것도 로봇의 몫이다.
제약회사들은 노동집약적인 연구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를 추진한다고 설명한다. 일라이릴리 연구실장인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우리는 표본을 혼합하고 정화하고 흔드는 작업보다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가장 잘 하는 것인 사고와 전략에 중점을 두기를 원한다”면서 “실험 인력을 줄이려는 전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험용 로봇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하이레스바이오솔루션스의 피터 해리스 최고경영자(CEO)는 “끊임없으며 멈추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로봇은 제약회사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 로봇을 도입하면서 제약 회사의 실험 속도는 빨라졌다.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지난해 자동화 시설을 도입한 이래 일라이릴리의 항체 검사 횟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라이릴리는 암과 당뇨, 뇌 질환, 통증 등 질병의 잠재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올해 말까지 30~40개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5만 개의 항체를 검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을 이용하면 똑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작업을 반복할 수 있어 재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재현성이란 같은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결과가 일치하는 정도를 말한다. 필립 델오르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첨단제조기술 부사장은 “재현성은 과학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이론적으로는 자동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실험을 반복 수행한 결과는 정보의 가치가 크다. 델오르코 부사장은 “균일한 결과는 좋은 데이터”라면서 “소프트웨어의 통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호흡기 및 전염병, 암과 염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물질을 선별하는 데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WSJ는 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머신러닝’을 적용하는 데도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