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친환경 시대’라고 할 만하다. 석유화학업계까지 친환경 관련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거나,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석유화학업계에서 ‘친환경’은 낯선 단어다. 제품을 생산할 때 주로 사용되는 원료 중 하나인 납사가 원유에서 추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 친화적인 제품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기술 개발과 관련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석유화학 업계가 변화를 시도 중이다. 그 배경에는 ‘케미포비아(화학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증)’가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화학물질과 관련해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케미포비아’가 확산되자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기준이 깐깐해진 데 따른 것이다.
휴비스 관계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소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하나의 메가 트렌드”라며 “인체에 무해한 것들을 제외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도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물질에 대한 각국의 규제도 업계의 친환경 소재 개발을 더욱 가속화했다. EU는 2008년부터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실시해 3만 종류의 화학물질을 등록 대상으로 하고, 1500개 물질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은 안경테에 들어간 화학물질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화학물질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친환경은 생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도 더 이상 ‘친환경 상품’ 개발에서 뒤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적인 화학기업으로 꼽히는 바스프, 에보닉, 다우듀폰은 일찌감치 친환경 소재 개발에 나섰다. 2017년 한화케미칼이 생산한 친환경소재 에코데치의 핵심 기술인 수소첨가기법은 이미 바스프와 에보닉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 우리나라 기업은 친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라는 변수를 고려하기도 한다. 현재 중국은 석유화학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증설하기 시작하면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화학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의 4분의 1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게 현실”이라며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이라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