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적자에 매각 대상으로 오르내리던 11번가가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독자 생존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앞서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은 온라인 부문 육성을 위해 조 단위 투자를 선포했다. 시장 선두주자인 이베이코리아를 비롯해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은 19일 이사회를 열어 인적분할을 통해 11번가를 떼어내 독자 법인으로 설립하기로 했다. 분할 및 합병을 통한 신설법인의 출범은 9월 1일이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과 사모펀드(PEF) H&Q코리아 등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5000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는 11번가는 SK그룹 ICT 패밀리(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와의 시너지 창출과 5000억 원 재원을 기반으로 서비스와 상품 혁신을 통해 1등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포부다. 상품 경쟁력에 있어서도 검색부터 주문, 배송까지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온라인쇼핑의 패권을 잡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유통 대기업에서 시작됐다. 앞서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온라인사업 확대에 1조 원 이상의 투자 유치와 2023년까지 매출 10조 원, 국내 1위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뉜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올해 e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한다.
롯데 역시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롯데쇼핑이 운영하며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굳힌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롯데는 온라인 사업에 3조 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며, 옴니채널을 완성할 롯데만의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추진한다.
기존 전자상거래 사업자인 쿠팡은 4월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42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티몬도 지난해 4월 시몬느자산운용으로부터 500억 원을 유치했고 위메프도 2015년 NXC에서 1000억 원을 받았다. 최근에는 게임업계에서 추가 자금 유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이 온라인쇼핑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규제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전통의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쇼핑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거래액 기준 78조22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 9조 원(잠정치)을 돌파하는 등 10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오프라인은 갈수록 온라인에 잠식당하고 있다. 4월 기준 국내 유통업계 전체 매출 중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1%, 20.5%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2.3%포인트씩 감소했다.
하지만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녹록지 않다. 고객 구매를 유인하기 위한 최저가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이다. 지난해 전자상거래 업체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이베이코리아뿐일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 롯데와 신세계 등 시장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만큼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경쟁자의 진입으로 온라인 시장은 무한경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결국 경쟁에서 탈락하는 업체가 나오는 등 시장 재편을 앞당기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