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노인층이 되레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부진을 일부 상쇄한 것이다.
자산축적 상황이 양호한데다 연금 및 보험소득을 받고 있고 기존 돌봄이나 부양 대상이 아닌 능동적 경제활동 주체로서 여가와 자기계발, 사회활동 등에 적극적인 소위 액티브시니어가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층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의 가계소비성향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1994년 76.5%→2016년 80.9%). 실제 지난해 현재 2인이상 근로자 가구의 연령별 소비성향을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83.5%를 기록한 반면, 장년층(40~64세)과 청년층(39세 이하)은 각각 73.3%와 63.8%에 그쳤다.
특히 고령층 소비성향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상승세(2000년 77.7%→2017년 83.5%)를 보인 것도 특징이다. 같은기간 장년층(73.0%→73.3%)은 안정세를 지속했고, 청년층(68.9%→63.8%)은 상당폭 하락했다.
또 고령층 가구의 62.7%에 달하는 무직 가구를 포함한 고령층 소비성향의 상승세는 더 뚜렷했다(60세 이상 기준 103.7%→118.0%).
이는 고령층의 경우 주택보유율이 90%를 넘는데다 전체 금융자산의 59.5%를 보유하고 있어 은퇴후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높은 소비여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액티브시니어가 늘면서 취미와 여가를 통한 소비활동이 활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05년부터 2017년 중 교양·오락 서비스 지출액 증가폭은 50대 3만엔, 60대 2만6000엔, 70세 이상 2만7000엔으로 39세 이하(6000엔)와 40대(1만3000엔)를 크게 앞섰다.
반면 청년층은 저성장·저물가 지속과 고용 불안정 등 비관적 경기전망에 따라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였다. 또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자 비중이 증가(1990년 29.3%→2015년 44.0%)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2000년부터 2017년중 청년층 가처분소득은 3.4% 줄었고, 소비지출은 10.7% 감소했다.
한편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보유비중은 2016년 현재 63.2%로 여타 국가(독일 43.1%, 한국 37.2%)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또 고령화 진전(1994년 고령사회 44.8%, 2006년 초고령사회 59.3%)에 따라 증가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안시온 한은 아태경제팀 과장은 “일본 고령층 소득은 여러 개혁조치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반면 청장년층은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래모습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고 금융자산 축적이 미흡하다. 향후 소비여력이 위축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