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의 몇 가지 맹점을 짚어보겠다. 먼저 청년실업 현상을 보자. 많은 젊은이들이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음에도 신문 방송을 통해 접하는 것은 아직도 대학졸업자 4명 중 1명이 청년실업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뉴스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너무도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점이다. 이는 대졸자들이 절대적으로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직장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는 성향 때문이거나 첫 번째 직장을 대기업에서 시작해야 그 다음 이직에도 더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창업을 대기업 취업의 대체로 내세우는 현 정책은 어딘가 어긋난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 중 많은 업체가 개인 창업 또는 기술벤처로 근 20년 사이에 성장한 것을 생각한다면, 청년 창업이 성공하여 중소기업으로 섰을 때, 그들이 당면할 고용 상황의 그림이 그리 긍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대학 창업 교육의 틀을 바꿔야 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였다는 통계는 정부가 청년 교육과 창업에 투자한 막대한 자본이 전혀 그 취지대로 가고 있지 않다는 확증이다.
창업 교육과 투자는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이 바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실제 벤처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20대 대학 졸업생이 아니라 30대 초반, 약 7~10년 기업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는 서구에서 나온 통계로, 한국의 경우 군복무와 입시, 취업 준비로 시간을 써야 하는 현실에서 7년 정도의 기업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면 30대 중반이다.
즉 대학 창업 교육은 졸업생이 바로 벤처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창업 준비가 된 30대를 대비해 진행해야 한다. 대학에서 벤처 교육을 받고 나가 기업에서 일하게 되면 창업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기술 습득에 집중하게 되고, 더욱 관심이 많아지며, 시간과 노력을 더하여 새로운 트렌드와 시장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대학 벤처 교육의 목표를 미래 벤처 가능성의 준비로 정한다면 30대 창업을 생각하는 대학 졸업생들이 첫 직장을 반드시 대기업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임금과 고용 안정성, 복지 등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을 단시간에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즉 심각하게 창업을 생각하는 젊은이라면 대기업의 안정성을 추구할 게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창업을 기획하는 연관 산업군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취업 기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러면 대기업에 대한 선호와 실업 현상도 어느 정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벤처 교육과 투자를 어떤 틀로 짜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 부분을 좀 더 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