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환경부여, 환경부로 돌아가라!

입력 2018-07-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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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지 3개월가량 지났다. 조용하다. 해결되어서 조용한가. 아니다. 선거가 있었고 월드컵이 진행 중이다. 오늘도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코팅 및 색상이 입혀진 화장품 병류, 특성화된 유리용기 등은 분리배출하지 말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 달라는 내용과 플라스틱 배출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해 가을 지인들과 풍광 좋기로 소문난 해파랑길 중에서 경북 영덕 구간을 걸었다.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 풀리면서 아름다운 길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오른편으로 동해바다를 보고 걸으면서 눈과 귀가 함께 맑아져 갔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해변에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만 그렇겠지, 여름 태풍에 밀려 왔겠지. 제발 바랐지만 아니었다. 곳곳이 플라스틱으로 앓고 있었다.

며칠 전 모 방송은 우리가 마시고 있는 생수에서는 물론 수입 생수에서도 경미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그런가 하면 현시점에서 오존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하는 포럼이 열렸고, 악취방지법이 올 1월에 시행되고 미세먼지특별법 제정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누군가는 노동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이지만 환경문제는 죽고 사는 문제라고 했던가. 국민의 외로움 전담 장관이 임명되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영국에서의 일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노라고 한다면 이참에 정부조직도 국민을 위해 재검토함이 어떠한가.

MB정권이 들어서고 이름도 생경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2010년 제정되었다. 세계가 모두 지속가능한 사회(Sustainable Development)를 국가 정책의 어젠다(Agenda)로 세울 때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의 기본을 삭제하고 뜬금없이 녹색을 들고 나와서는 온 강줄기를 바꾸고 파 뒤지는 토목사업을 한 것이다. 이제 ‘지속가능발전법’이 ‘국가지속가능발전기본법’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국가 정책기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호소, 진흥, 규제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부의 정책은 당연히 규제정책이 되어야 한다. 환경부와 타 부처 간에 별 이견이 없이 지낸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어떻게 조용할 수 있겠는가.

물론 지속가능한 국가를 명제로 부처 간 소통하는 것은 맞는 얘기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근래에 물 분야까지 맡게 됨으로써 이제 규제와 진흥이 혼재되어 규제부서의 영역을 넘어섰다. 규제부서가 산업을 진흥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이쯤에서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규제에 관련된 분야는 환경부에서 빼내어 별도의 조직으로 환경경찰청과 자원순환청을 신설하고, 환경부는 환경산업부로 재편해야 한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직결된 환경규제를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객관성을 겸비한 전문기관과, 부존자원이 열악한 자원빈곤국에서 국가자원 순환의 역할을 전담하는 전문기관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이 환경을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에 화답할 것이다.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인천에서 10월에 열린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뾰족한 기후변화 대책이 없다. 정부는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할 때이다.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고, 무엇보다도 아끼는 마음을 갖는, 원래의 한국인으로 돌아가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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