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조선 3사 CEO의 희비가 엇갈렸다. 3사 CEO 중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올해 상반기 수주에서 가장 앞서 나갔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28척을 수주해, 삼성중공업(26척)과 현대중공업(20척)을 앞질렀다. 실적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986억 원을 기록해 국내 조선 ‘빅3’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정 사장은 특유의 영업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사장은 지난달 그리스 포시도니아 선박박람회에 직접 참가해 LNG선 1척과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2척 총 3억7000만 달러 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LNG선과 VLCC 등을 포함해 총 28척을 수주하며 7월 현재 목표 수주액의 48%를 달성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정 사장은 수주 영업과 함께 회사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 사장은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서 “2~3년간 신규 채용을 하지 않다 보니 직원 단절이라는 문제가 생겼다”며 “올해 어렵지만 신규 채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와의 관계가 비교적 원만해 ‘노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정 사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과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정상화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사장은 지난달 22일 울산 해양공장 가동 중단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다. 다음달부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2600여 명의 인력은 사실상 유휴 인력이 된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사업 난항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회사는 최근 20억 달러 규모 미국 쉐브론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동시에 강 사장은 임금 협상을 두고 노조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7.9% 인상과 250% 이상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강 사장은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임금 동결과 기본급 20% 반납안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3일 상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남 사장은 존재감이 옅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대를 모았던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남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서 “유가 상승 속 해양플랜트 시장 선점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남 사장은 지난해 12월 경영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난 박대영 전 사장의 후임자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삼성중공업은 6월 말 기준 25억 달러의 수주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올해 목표 수주액(82억 달러)의 약 3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