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명 규모의 중소업체 생산직으로 일하는 김모(26) 씨는 1일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제) 때문에 걱정이 많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장근로가 제한돼 그동안 받던 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서다.
가뜩이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김모 씨는 지금보다 임금이 더 깎이면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김모 씨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이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지만 우리처럼 생계가 막막한 비정규직에게는 꿈 같은 얘기”라면서 “오히려 근무여건이 악화돼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임금 감소분을 채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달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최대 주 68시간에서 52시간(휴일·연장근로 포함)으로 전환돼 돈을 더 벌기 위한 연장근로가 제약을 받는다는 게 그 이유다.
3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6개월의 계도기간이 있고, 50~300명 사업장 등은 2020년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실시돼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해당 기간이 지나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는 현실이 되는 셈이다.
특히 김모 씨처럼 연장 근로로 어느 정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정규직 생산직 노동자들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연장 근로시간 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근로자는 초과근로 시간 감소에 따라 월 임금이 평균 11.5%, 약 37만7000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이 10.5%(37만3000원), 비정규직은 17.3%(40만4000원)로 정규직에 비해 임금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가령 월 200만 원을 받아온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근로시간 단축 영향으로 160만 원으로 뚝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임금 감소 비율이 높은 이유는 대부분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임금 체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중 생산직의 경우 연장근로 임금이 높고 성과와 관계없이 근로시간만 따져 보상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현행 임금 체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여파로 저임금 노동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저임금 근로자는 비중은 전체의 22.3%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위임금(월 209만원)의 3분의 2인 139만 원을 미달하는 근로자다.
전년도(23.5%)와 비교해 개선되긴 했지만 OECD 평균(2016년 기준 18.3%)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24.9%)에 이어 두 번째로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많았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라 앞으론 여기에 맞는 임금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근로시간이 아닌 생산량에 따라 보상받은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