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과자를 넘어 세계인의 과자가 된 초코파이는 한 개인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파이 개발팀, 더 나아가 회사 전체가 이룬 성과였다.
1960년대 경제개발 계획 이후 1970년대 들어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식생활 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소비자들이 좀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과자를 원하기 시작한 시대적 배경에서 오리온 연구원들은 전혀 새로운 제품, 복합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개발 의지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코파이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1970년대 초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순회하던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이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보다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연구소 직원들은 미국 출장 중에 맛본 초코파이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거듭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처음에는 비스킷을 판에다 놓고 손으로 마시멜로를 짠 후 직접 사람 손으로 비스킷을 덮어주고 초콜릿을 입혀보기도 했다. 그 이후에 기계로 마시멜로를 짜 주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비스킷을 덮어주는 공정에서 제품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흐트러졌다. 이렇게 수백 번에 걸쳐 시제품을 만들어 먹어보고 실험하기를 몇 달, 결국 2년여에 걸친 개발 끝에 1974년 4월 최적화된 초코파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초코파이는 2015년 10월 가격 인상 없이 개당 무게를 35g에서 39g으로 증량하면서 최근 한결 업그레이드된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더 진하고 달콤한 초콜릿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초콜릿을 약 13% 늘리고, 식감도 더욱 부드럽게 개선했다.
2016년 3월 오리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바나나 초코파이情’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인 바나나를 사용해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식품업계에 ‘바나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 봄에는 초코파이 출시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계절 한정판인 ‘초코파이情 딸기’를, 9월에는 기존 초코파이와 다른 새로운 콘셉트의 ‘초코칩 초코파이情’을 선보였다. 오리온은 올해에도 봄 한정판 파이 2탄인 ‘초코파이情 딸기&요거트’를 출시하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일반 비스킷과 달리 특수한 배합 및 제조 과정을 거친다. 이는 출시 직후부터 모양과 포장 디자인을 베낀 제품들이 쏟아졌지만 오리온 초코파이의 독주를 막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초코파이는 수분 함량이 매우 높은 마시멜로와 상대적으로 낮은 비스킷, 초콜릿으로 만들어진다. 마시멜로 속 수분이 숙성을 통해 비스킷으로 이동하며 초코파이만의 오묘한 식감을 연출한다. 바로 이 수분은 초코파이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드는 비결이기도 하지만 수분이 많아질수록 미생물에 의한 오염 및 변패, 풍미의 변화 등의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오리온은 알코올이나 방부제 성분 없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분의 황금비율을 찾아냄으로써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오리온 초코파이만의 맛과 품질을 지켜가고 있다.
초코파이는 2003년 제과업계 최초로 단일 품목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초코파이는 작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약 250억 개가 팔렸다. 특히 2016년에는 글로벌 연 매출 4400억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낱개 기준 약 23억 개에 달하는 양으로, 나란히 세우면 지구 세 바퀴 반을 훌쩍 넘는다. 1년간 전 세계 인구(약 70억 명) 3명 중 1명이 초코파이를 맛본 셈일 정도로 초코파이는 국민과자를 넘어 ‘글로벌 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시 이후 44년간 초코파이는 식품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매개체로도 활약하고 있다. 오리온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오리온 초코파이’ 책걸상 교체 캠페인을 벌이며 2만여 조의 책걸상을 교체하는 등 전국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했다. 이 밖에 작년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에 2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기부하는가 하면 국군 장병에게도 초코파이 선물 세트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