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본법 제정은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의 핵심이다. 기본법은 사회적 경제의 개념이나 정부와 사회적 기업의 역할 등을 담고 있다. 현재는 협동조합이나 개별법으로 분산된 사회적 기업에 관한 법률은 있지만 사회적 경제 전체를 규정하는 법률은 없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은 기재부, 사회적 기업은 고용노동부, 마을 기업은 행정안전부에서 지원하는 등, 사회적 경제의 형태에 따라 담당 부처도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기본법이 없어서 부처 간 정책 칸막이가 생기고 비효율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사회적 경제 단체를 하나로 묶어 규모를 키우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려 해도 형태와 담당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다. 비슷한 사업을 하려 해도 단체의 형태에 따라 지원과 규제가 달라지기도 한다. 협동조합은 상조업을 할 수 없지만 자회사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면 상조업이 허용되는 식이다. 또 사회적 경제 육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정책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법 노력은 소극적이다. 정부 입법안을 마련하는 대신 이미 발의된 법안을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법제처 심사나 입법예고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마저도 본회의에 가지도 못하고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입법 논의는 올 2월 이후 멈췄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기본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원 기금 조성이나 공공기관 구매의 5%를 사회적 기업에서 조달하도록 한 규정에도 반대하면서다. 정부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지원 기금(사회경제발전기금)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국회에 낸 상태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려면 돈도 있어야 하고 시장도 형성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복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도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는데 입법 속도가 늦어지면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