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주가 흔드는 지주사 전환, 호재ㆍ악재?

입력 2018-07-26 10:42 수정 2023-03-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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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주주 지배력 키우는 지주회사 제도 손질…주가 영향은 제한적

효성이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재상장한 13일,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반면 효성화학은 시초가 대비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효성티앤씨도 강세를 보이는 등 계열사별로 엇갈린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또 한 번 이슈가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주식 이전계획서’ 승인을 결의했다. 이 같은 결정은 다음 날 증시에 바로 반영됐다. 이날 우리은행은 전일 대비 6.50% 급등한 1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월까지만 해도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던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기대감에 두 달 만에 날개를 단 셈이다.

이처럼 ‘지주사 전환을 결정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지주사 전환을 하는 이유는 뭘까. 지주사 전환이 우리 증시에는 정말 호재일까, 악재일까.

궁금증 ① 지주회사는 뭔가 = 다른 회사(자회사)의 주식 소유를 통해 경영권을 지배하는 회사로 ‘모(母)회사’라고도 한다. ‘지주’라는 단어의 의미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홀딩스 컴퍼니’라고도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소유한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가 당해 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를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자산총액 기준은 2017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종전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 이상으로 상향됐다.

지주회사 설립제도는 1980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정거래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됐지만, 이로 인한 대기업들의 독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986년 지주회사 설립이 금지됐다.

이후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자, 1999년부터 경영·소유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제한적으로 다시 허용했다.

2003년 국내 그룹 중 최초로 LG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부터는 정부가 요건 완화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상장회사의 경우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지분을 종전 30%에서 20%로, 비상장회사는 50%에서 40%로 낮췄다. 대부분의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갖고 있어야 하는 미국과 대조된다. 부채비율도 100%에서 200% 이하로 완화했으며, 100% 증손회사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궁금증 ② 지주사 전환 이유는? = LG그룹을 시작으로 SK·두산 등 재계에 지주사 전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결과 10년 만에 지주사가 5배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자금과 시간을 소요하면서까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지주회사는 모든 회사를 소유함과 동시에 여러 자회사를 전반적으로 컨트롤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자회사 간 경영 전반적인 조율과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경영의 효율화’를 실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지주회사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를 통해 수입원을 마련할 수 있다. 소유한 주식의 배당금, 브랜드 사용료 등이 수익을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주사 제도는 전략적인 경영 기능과 사업 기능 분리가 가능하다. 이 경우 의사 결정이 빠를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에 대한 리스크 부담도 덜하다.

궁금증 ③ 지주사제, 문제점은 없나 = 지주회사 제도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최근 지주회사 제도가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기보다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지주회사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18곳의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포함) 간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 대비 평균 55.4%에 달했다. 이들 거래는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총수일가가 소유한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늘리지 않고, 자회사가 출자 부담을 지는 손자회사·증손회사 등을 늘려 배당외수입을 늘리고 지배력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는 2006년 9.8개에서 2015년 10.5개로 소폭 증가(7.1%p)한 반면, 손자회사는 2006년 6개에서 2015년 16.5개로 대폭 증가(175.0%p)했다.

궁금증 ④ 공정거래법 개편안 영향은? = 공정위가 40여 년 만에 지주회사 제도를 전면 손질하기로 했다. 지주회사가 과도한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부당 내부거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3월부터 전문가를 중심으로 특위를 구성,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해 왔다. 공정거래법 특위 초안에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편 △국외 계열사 공시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순환출자 규제 강화 등 7개 과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편안이 지주회사의 단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위는 지주회사 의무 지분율을 상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유예 기간이 충분히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단기 주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공시 강화안 역시 지주사의 안정적인 영업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궁금증 ⑤ 순환출자와 지주사 체제 차이는? = 1999년 지주회사 제도가 부활했던 이유 중 하나가 ‘순환출자’ 고리 해소다. 순환출자는 대기업집단이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계열회사 간 출자구조가 ‘A사→B사→C사→A사’로 순환하는 구조다. 이는 특정 주체가 A사 지분 일부만 소유해도 나머지 회사 모두를 지배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지주회사도 모든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순환출자와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 서로 지급보증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계열사 간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 한 계열사가 부실 위기에 빠져도 이 여파가 그룹 전체에 미칠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규제하는 것 역시,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자회사를 지원하는 상황을 차단해 그룹 전체의 경영 상황을 위협하는 요소를 최대한 없애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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