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만난 미국, 물처럼 돈 ‘펑펑’ 쓴다…새 금융위기 뇌관

입력 2018-07-31 16:32 수정 2018-08-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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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담보 개인대출 1200억 달러...빚잔치 재시동거는 미국 경기침체 오면 큰 위기 직면

빚잔치의 혹독함을 몸소 깨우친 지 10년, 미국인들이 다시 부채 버블을 쌓고 있다.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돈을 쉽게 빌렸다면, 지금은 이보다 더 쉽다. 미국에서 핸드폰 앱 하나면 대출을 해주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면서 개인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쿼츠에 따르면 미국에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뜨면서 주택이나 자동차 등 실물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 아닌 무담보 개인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약 1700만 명의 미국인이 이런 형태의 부채를 끼고 있다. 신용정보업체 트랜스유니온의 자료를 보면 무담보 개인대출은 3월 1200억 달러(약 134조 원)를 돌파했다. 10년 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개인대출 액수 900억 달러를 훌쩍 넘기는 규모다. 개인대출은 주로 신용카드를 만들 자격이 되지 않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개인대출 대부분은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에 사용되고 있다.

전체 무담보 개인 대출의 30%를 랜딩클럽, 프로스퍼, 아반트 등 핀테크 스타트업이 차지하고 있다. 2010년에는 그 비율이 1%에 불과했다. 이들은 담보와 서류 작성도 필요 없는 ‘간편함’과 ‘신속함’을 내세워 대출을 부추기면서 경기 침체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를 대출기관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근 10년간 은행과 신용조합은 경기 침체기에 상환 불이행 위험성이 높은 개인대출을 옥죄어 왔다. 그러나 핀테크가 등장해 개인 융자를 다시 활성화하고 있다. 전통적 금융기관들이 개인대출에 소극적인 틈을 타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에 접근해 쉽고 빠른 개인대출을 제공했다. 개인대출에서 핀테크 업계는 310억 달러를, 은행과 신용조합은 각각 225억 달러, 187억 달러 규모를 차지한다. 그러면서 개인대출을 꺼리던 은행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시 늘렸다. 이에 현재 은행 개인대출 규모는 2010년에 비해 2배 늘었다. 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는 2016년 마커스라는 브랜드로 온라인 대출에 뛰어들었다. 골드만삭스는 마커스온라인은행이 150만 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했으며 출시 직후 소비자금융 4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쿼츠는 핀테크를 통한 부채가 늘면서 전체적으로 미국인의 빚잔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트랜스유니온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29%가 자동차담보대출을, 60%는 신용대출을 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버블 쌓기가 경기가 둔화하는 때 변곡점을 맡게 되리라 전망했다. 금융기업들은 대출 경쟁을 하면서 채무 불이행 위험이 큰 서브프라임 차용자들에게 융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부채 버블이 터지면 10년 전 금융위기와 비슷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제이슨 재키 트랜스유니온 소비자대출업 총책임자에 따르면 이러한 불안감에 많은 신생 대출기관들이 과거 금융위기를 헤쳐나간 경험이 있는 노련한 임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키 책임자는 “핀테크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대출기관이 경기침체가 오면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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