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플라스틱 사용금지 시행 첫날... “사무실 들어갈땐 다시 줄서야 해서 불편해요”

입력 2018-08-02 14:28 수정 2018-08-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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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잔에 음료를 주는 건 좋은데 마시다가 사무실로 들어갈 경우 플라스틱컵으로 바꾸려면 한번 더 매장에 줄을 서야 해서 불편하다. 알다시피 점심시간에는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다.”(서울 강남의 한 직장인)

“파는 사람만 단속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 손님들도 플라스틱잔에 받아서 매장 안에서 마실 수 있는데 일일이 통제한다는게 불가능하다. 사용자 대상으로도 계도 등이 필요하지 않겠나.”(서울 잠실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

매장 내 플라스틱(일회용잔,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 일회용 비닐식탁보, 일회용 접시 등 일체) 사용이 전면 금지된 2일 커피 전문점을 찾은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미처 모르고 매장을 방문했다 혼란을 겪었다. 직장인들의 경우 점심시간을 틈타 음료를 구매해 잠깐 매장에 머물렀다가 사무실로 돌아갈 경우 플라스틱컵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지적했다. 매장 직원들의 경우 직접 설거지를 해야하는 컵의 양이 대폭 늘어나 손님이 붐비는 시간의 경우 일처리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 “모자라는 머그잔 대신 종이컵을?” = “고객님 매장에서 드시고 가세요? 죄송하지만 저희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시 점포에 과태료가 부과돼서요. 다회용 머그잔에 제공해드리고 있는데 지금 머그잔까지 소진된 상황이라 따뜻한 음료용 종이컵에 제공해드려도 괜찮으실까요?” 한 커피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은 이날 하루 온종일 해당 멘트를 수십번 외쳤다. 폭염에 커피전문점 매장을 찾아 음료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폭증하면서 이른바 ‘커피서(커피 전문점+피서)’ 현상까지 나타난 상황에서 다회용잔 수거가 원활하지 않아 벌어진 상황이다.

이디야커피 측은 머그잔 수급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다회용컵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머그컵(레귤러 사이즈)을 지원하고 있다. 각 점포마다 현재 10개까지 지원 완료됐으며 순차적으로 14개의 머그컵이 추가 지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도 매장 내 사용 머그컵의 지속적인 추가 입고 시키는 등 노력중이라는 입장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앞서 유색·전면 인쇄된 일회용컵을 별도 디자인이 없는 무색(흰색) 컵으로 변경했다. 이른 시일 내 가맹점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플라스틱컵에서 다회용컵으로 바뀌면서 고객에 제공되는 음료의 정량을 가늠하는 게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투썸플레이스는 사이즈 별 머그잔에 맞게 음료를 제조하고 아이스컵은 컵에 R, L, M(Max) 눈금 표기가 돼있어 고객이 주문한 사이즈에 맞게 제조한다. 스타벅스는 다회용잔에 제공하는 경우 자체 개량컵으로 제조해 정량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까페베네 측은 본사에서 공식으로 제공하는 다회용잔의 경우 용량 눈금이 표기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엔제리너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 측은 “현재 도입되는 다회용컵에는 눈금이 없지만, 눈금이 표시되는 다회용컵 도입을 제작중”이라고 설명했다.

◇ 빨대도 플라스틱 OUT =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은 발빠르게 친환경 빨대를 구비했다. 반면 이디야커피 측은 “전국 매장에 상용할 수 있는 친환경 빨대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가격과 실용성, 원활한 수급 능력 갖춘 곳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스타벅스 역시 “올해 안으로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종이빨대 도입을 추진 중이며, 빨대 없이 마시는 아이스 리드도 연내 도입 예정”이라고 말했다.

◇ “예쁜 유리컵, 인스타그램에 올릴래요” = 소비자들은 환경보호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롯데지알에스 측은 “편의적인 부분에서는 일회용컵 사용이 좋지만, 플라스틱이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하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협조적이다. 또, 최근에는 브랜드 별로 예쁜 다회용컵이나 전용컵에 커피를 마시고 SNS에 인증 샷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다만, 플라스틱컵이 유리컵으로 대체되면서 음료를 트레이(쟁반)에 옮겨 층을 옮겨다니는 등 이동 상황에서 유리컵이 깨져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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