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쟁의 양상이 우리 편과 상대편으로 나누어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에 이르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에너지 문제는 공급 확충과 수요관리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며 서로의 의견이 적절히 만나는 지점에 그 해법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각 국가는 자국의 공급능력, 총수요와 수요 양태 등의 여건을 고려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한다. 에너지 정책은 이념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고 효율적 문제 해결 방법론의 문제라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접근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고 수출함으로써 에너지 독립(Energy Independence)을 뛰어넘어 에너지 우위(Energy Dominance)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유가 충격(Oil Shocks) 이후 미국 에너지 정책은 산유국인 중동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독립이 최우선 목표였다. 지난 8년간 민주당은 환경 친화적 에너지 정책으로 이를 달성코자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작년 6월 발표한 6개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 중 원자력의 재활성화 정책(Nuclear Revitalization)을 제외한 대부분은 자국의 에너지 자원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고 대외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멕시코 원유 수출 파이프라인 건설, 한국으로의 셰일가스 수출, 해외 석탄광산 재정 지원 등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6대 정책에 포함하여 기업인 출신 대통령의 색깔을 확연히 나타내고 있다.
독일은 2011년 이후 태양광, 풍력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탈핵 정책을 확고하게 실행하고 있다. 메르켈 정권은 힘겨운 협상 과정을 통해 연정 합의를 하였으며 새로운 연정에서도 기존의 에너지 정책은 유지되었다.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완전 폐지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80% 이상으로 늘리며 에너지 효율을 50% 이상 향상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비록 이러한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고, 원전 퇴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다소 있으나 독일의 시도는 전 세계 인류에게 미래를 향한 도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많은 인구와 넓은 국토 환경을 고려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기후변화 협상에서 산업혁명 이후의 누적 배출량, 국민 1인당 배출량, 그리고 생산기지라는 중국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15년 파리 협정에서 대타협 이후 중국은 빠른 속도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확대하여 안정적 전력 공급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노력하고 있다.
위 세 나라의 에너지 정책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정책의 성패는 자국의 에너지 문제의 효율적 해결 여부에 달려 있다. 혹독한 더위에도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수요관리도 하면서, 꼭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여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그러한 정책의 조화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