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와 유망시장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혁신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규제에서 민간 자율규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혁신 방향’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민간 자율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과거 기술, 제품, 업종 간 구분이 명확했던 산업화 시대 시장 환경에 적용됐던 각종 규제가 현재 연결화, 융합화를 요구하는 환경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오히려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간적 제약 없이 세계적 차원에서 유통과 소비가 진행되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낙후한 규제는 국가의 산업 발전을 제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차원에서 규제 패러다임이 ‘민간 자율규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 대다수의 기업은 뒤떨어진 규제가 혁신적 기업가정신의 싹을 자르고 신산업 투자에 차질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에서 걸림돌이 되는 요소로 ‘기술력 부족’을 꼽은 기업은 55.9%에 불과한 반면, ‘규제 애로’라고 응답한 기업이 7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신산업 분야에서 최근 1년간 규제로 사업 차질을 경험한 기업도 47.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영상물 콘텐츠 산업의 경우,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지만 정부 주도형 기구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제 등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적인 틀로 인해 충분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장을 제약받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영상물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자율등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상물 등급분류는 영상물 감상이 가능한 연령을 규정할 목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체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 비디오 등 영상물과 그 광고물에 대해 등급을 분류한다. 독립기관이지만 위원 임명의 법률 규정과 수입의 정부 지원 의존도(2017년 총수입 중 89.65%)에서 보면 정부 주도형 기구로 볼 수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영상물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26조5000억 원으로 최근 한류 열풍과 함께 수출이 증가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비디오·음악 영상물은 방송프로그램과 달리 사전 등급분류제가 적용된다.
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은 자체 심의만으로 방송되고 이후 VOD로 유통될 때 별도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는다. 반면,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유통 전 내용 판단에 기반을 둔 연령 등급분류를 심의한다. 이에 따라 유통 강제, 사후 모니터링을 통한 행정 조치를 시행한다.
보고서는 “영상물에 대해서만 사전등급분류를 강제하는 것은 서비스 간의 규제가 불균형하게 되는 것”이라며 “영상물의 글로벌화, 실시간화 트렌드로 소비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전 규제 방식은 소비자의 즉시성을 제약해 불법적인 콘텐츠 유통을 조장하며 영상물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 환경에서 제정됐던 사전 규제 방식이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추세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민간 자율규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며 ”전 세계적인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흐름에 부응해 영상물 콘텐츠 산업을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유망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영상물 사업은 전환 속도가 빠른 사업에 해당해 대응이 늦어질 경우 자본과 기술을 지닌 글로벌 업체에 자국 시장을 잠식당할 뿐만 아니라 성장 기반까지 사라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영화의 다양성과 창의적 증진, 불필요한 행정 비용과 행정 절차상 부담 감소를 통한 국내 영화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내 제품 및 서비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 간 협력을 통한 시장 통합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또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인프라 구축과 함께 신기술 서비스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