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미 경제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가치를 0.29% 절상한 달러당 6.8508위안으로 고시했다. 앞서 24일 인민은행은 위안화가 급격히 절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안화 기준환율을 결정하는 데 ‘경기대응요소’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도입하면 금융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일일 중위 수준으로 고정해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이를 통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려는 시장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24일 발표에서 “위안화 움직임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 이 조치의 재도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26일 이 조치를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 위안화 가치는 6.7% 절상됐다. 이후 인민은행은 1월 19일 자금흐름과 외환 공급 수요가 안정적인 상태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고 이 조치를 중단했다.
미즈호은행은 “경기대응요소로 위안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민은행의 움직임은 위안화 강화 정책으로 가겠다는 신호로 간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미국 관세가 중국 제품에 끼치는 영향에 중요한 요소로,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 관세로 인한 충격도 경감된다. 또 중국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은 6.8710위안으로 전주보다 가치가 0.5% 떨어졌다. 4월 이후로는 10% 가까이 절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때문에 중국이 통화 조작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자국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즈호은행은 이번 조치가 “(중국이) 무역 분쟁에서 위안화 약세는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절상 조처에는 약세가 지속할 경우 자본이 해외로 유출할 것에 대한 우려도 깔렸다. 7일 국제금융협회(IIF)는 중국 위안화의 하락이 중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을 초래해 신흥시장국가들의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계를 호소하기도 했다. IIF는 2015∼2016년 위안화가 크게 떨어졌던 때를 회고하면 “최근 급격한 위안화 하락은 틀림없이 통화정책의 변경 때문”이라며 “과거 위안화 하락이 자본 유출을 수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본 유출의 재발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