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악재가 찾아왔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인구는 정점을 찍고 하락하면서 출생률이 곤두박질쳤다. 이들 4개국의 인구는 2017년 약 6400만 명에서 2050년 5560만 명 정도로 약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력 부족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EU 공식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 2분기 헝가리 전체 기업 중 87%가 일손 부족을 겪고 있다. 폴란드와 체코 역시 각각 50%, 43%의 기업이 일 할 사람이 부족해 생산에 제약을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오른 수준이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임금이 대폭 올랐다. 헝가리와 체코, 폴란드의 노동 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10%, 9%, 8% 증가했다. 사업 중단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늘 수밖에 없다.
바르샤바PwC컨설팅의 수석경제고문 위톨드 오로우스키는 “중부유럽 국가들은 모두 일손 부족 문제에 직면해있다”며 “그들이 성장 모델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JP건체이스와 스탠다드차타드가 새로운 지사를 설립 중이다. 재규어랜드로버와 랜드로버디스커버리는 슬로바키아 서부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다임러와 BMW도 헝가리에 새로운 공장을 세웠다. 공장들을 계속해서 가동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선 노동력 수급이 시급하다.
폴란드는 노동시장 문을 일부 개방했다. 특별 단기 취업을 허용해 동유럽 이웃 국가와 베트남과 필리핀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노동력을 끌어오고 있다. 폴란드에는 현재 100만~2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노동자가 있다. 게다가 기업들이 노동자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폴란드 정부는 이민 개혁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동시에 네 국가에서는 최근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과 이에 동조하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이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헝가리는 “정부는 이민자를 인구통계학적 위기나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민노동자 논의를 원천 봉쇄했다. 노동력 수요는 갈수록 급증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민자를 배척하는 상반된 태도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바르샤바대학의 이주연구센터소장 파벨 카크마크지크는 “경제적 요구와 이민자 배척 분위기 사이의 절대적 긴장이 일어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금까지는 값싼 노동력에 기대어 경제 성장을 이뤄왔지만, 이제는 기술 혁신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폴란드에서 가장 큰 건설기업 부디멕스의 최고경영자(CEO) 다리우즈 블로허는 “노동 집약적인 분야 대신 기계와 기술을 통한 프로젝트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도 “젊은이들이 전문 기술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하도록 독려해야 한다”며 “우리는 체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T도 중부유럽 4개국이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저렴한 임금이라는 유인마저 잃은 중부유럽에서 나와 그 옆 동유럽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