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 법원행정처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소송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계속 기각되자 반발하고 있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고영한 전 대법관 등 관련 판사들, 전 청와대 비서관들, 고용노동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청구했으나 전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인정해 달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를 작성하는 데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9월 서울고등법원의 법외노조 효력정지 결정 이후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법원행정처가 작성해 청와대를 거쳐 고용노동부에 넘겼다. 검찰은 고용노동부가 청와대로부터 이유서를 받자마자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대거 기각됐다. 법원은 고용노동부와 관련된 영장에 대해 ‘형사소송법 199조2항에 따라 공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임의제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발부하지 않았다. 또 고용노동부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전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고용부의 재항고 이유서 등을 주고받았다면 이메일을 이용 했을 개연성이 크므로 장소 압수수색이 필요 없다’, ‘주거지·사무실 압수수색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더불어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대한 영장 기각 이유에 대해 ‘문건과 정보가 인멸될 가능성은 없다’,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형사소송법 199조2항 조문은 사실조회의 근거 규정일 뿐 공무소 압수수색을 하려면 임의제출 요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을 규정한 조문이 아니다”며 “이러한 선행조건 제시 전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법농단 수사 중 외교부에 대해서도 사전 임의제출 요구가 없었음에도 영장이 발부됐고, 압수수색을 통해 핵심 증거를 확보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청와대 비서관 등과 관련한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근거 없는 주관적 추측과 예단만으로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재판연구관이 내부보고서를 유출한 점까지도 확인된 상황인데 무슨 근거로 인멸될 가능성은 없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달라고 법원에 임의제출을 요구했고 거부당했는데도 임의제출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압수수색영장은 핵심 관계자 조사 이전에 청구되고 발부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핵심 관계자들 상당수를 조사하고 자료까지 확보된 상태”라며 “이미 고용노동부와 청와대, 법원행정처의 불법적 협의 단서가 충분히 나온 것을 고려하면 (법원이) 어떠한 이유로든 전·현직 법원 핵심 관계자들 등에 대한 강제수사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