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코스피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화와 위안화가 강한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원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과 함께 중국과의 상관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위안화는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6월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달러화 대비 7% 이상 절하됐다. 같은 기간 원화와 국내 증시는 위안화와 중국 증시에 동조해 움직였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한국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위안화가 신흥국 통화의 대표성을 갖추면서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가 강해졌다”며 “최근 원·달러와 위안·달러는 1표준편차 밴드 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과거보다 강한 동조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원화와 위안화 사이의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코스피는 대체로 하락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워질수록 두 지수의 상관도가 높다는 의미다. 미국이 중국산 첨단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중국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동시에 한국도 중국을 따라 통화가치와 주가가 하락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미국과 해당 국가의 관계, 또는 무역전쟁으로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며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칠레의 주가지수 하락 폭은 큰 반면 대중 수출 의존도가 낮은 멕시코와 인도 주가는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무역분쟁이 악화될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원화와 위안화의 높은 상관관계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이 10월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조작국 여부를 △대미 무역수지 200억 달러 이상 흑자 △GDP 3% 이상 경상수지 흑자 △GDP 2% 이상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초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해 횡보하고 있는 코스피가 상승하기 위해선 중국과의 상관관계가 낮아져야 한다“며 ”코스피 하락은 국내 요인이나 미국 때문이 아니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인 만큼 중국과의 상관관계가 약해지면 상승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편 한국 원화는 1150원 수준에서 약세를 멈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양호한 스와프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 때문”이라며 “현재 1년 후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할 때 적용되는 스와프포인트는 1달러에 17원 수준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국내투자 유인이 높은 상태”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