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도입 예정인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 적용을 앞두고 모든 보험사가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성적순으로 희비가 엇갈린다.
생명보험업계 상위권 업체들은 지급여력(RBC)비율 충족을 위한 자본확충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4000억 원(3억5000만 달러) 규모의 외국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가 생명보험업계 4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을 인수해 신한생명이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 자본확충까지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는 애초에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경우 별도의 후순위채 발행 등의 자본확충 없이 RBC비율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한생명은 6월 1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전날 4000억 원 상당의 외국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해 장기적으로는 업계 최상위권으로 도약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 후 RBC 비율은 약 306%로 예상된다. RBC 비율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예상 RBC 비율은 두 회사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각각 단순 합산한 뒤 나눠본 결과다. 이날 각 회사 2분기 공시에 따르면, 신한생명 RBC 비율은 199.6%, 오렌지라이프는 437.9%로 집계됐다.
반면, 중소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은 국내 채권발행이 어려워지자 몇 년간 외국에서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을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금리 상승과 수요 미달로 채권 금리가 치솟으면서 국내로 ‘유턴’하고 있지만, 국내 사정도 나빠 ‘진퇴양난’이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말 1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한 후 공모를 진행했지만 150억 원가량 미달됐다. KDB생명 역시 1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 중이다. 현재 정확한 발행 규모와 조달금리는 미정이다. 앞서 KDB생명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기존 신용등급 ‘AA-’에서 ‘A+’로 하향 조정받았다. 이에 이번 후순위채 발행 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KDB생명이 작년에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 5%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와는 달리 중소 보험사는 K-ICS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내부 시스템 개편작업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RBC 비율 조건 미달 등으로 인수·합병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