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美·中 간의 20년 무역전쟁?

입력 2018-09-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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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해 새로운 ‘경제적 냉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전문가들에 이어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20년 갈지 모를 무역전쟁을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이 보도되었다.

미국은 내년 초까지 모든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장 24일부터 2000억 달러 중국 수입품에 대해 새롭게 10%의 관세를 부과하며, 이미 10% 관세가 부과된 500억 달러 상당 수입품의 관세율은 25%로 올린다. 내년 초부터는 관세율을 25%로 인상하고 나머지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그런데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자국의 대미 수출의 약 4분의 1에 그쳐 미국의 ‘장군’을 받아칠 ‘멍군’ 수가 여의치 않다. 하지만 보복관세 부과 외에도 다른 방안이 있다. 중국은 각종 첨단 전자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 금속의 독점적 공급처다.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전체 희토류의 75% 이상이 중국산이다. 미국에선 국방 분야 등 희토류 금속의 쓰임이 많다. 중국은 과거 일본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분쟁 때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지해 일본 기업들을 곤경에 빠트린 적이 있다.

중국은 정부 당국이 환율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의 관세에 비례해 환율을 조정, 자국 수출업체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대량의 미국 국채도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된다. 미국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투매(投賣)의 가능성이 낮지만 갈등이 고조되면 못할 일도 아니다.

무역전쟁 장기화 전망의 배경은 무엇일까? 첫 번째, 중국의 산업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라는 산업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향후 로봇, 인공지능 등 중요 첨단산업 분야의 패권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다. 주권 국가가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남이 뭐라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고도화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의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해외 첨단 기술 보유 기업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관련국들에 중국의 산업정책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같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적자보다 이런 구조적 이슈를 더 문제 삼고 있다. 강경파의 시각에서 중국이 미국 물품 대량 구매를 통해 무역 적자를 개선하겠다는 제안은 단기적 미봉책일 뿐이다. 중국도 최근 자극적 2025 산업 정책 구호를 거두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으나 외국 기업에 대한 강압적 태도와 시장 개방 정책의 변화가 가시화돼야 한다. 아울러 중국 정부의 입장에선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공기업에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

두 번째, 미국의 정치다. 11월 초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개연성이 높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을 진화하기 위해 의회가 나서진 않을 것이다. 반(反)트럼프 정서가 계속된다면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하다. 중국에 대한 강성 통상정책이 지속될 여건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20년 무역전쟁설의 배경이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중국의 외국 기업에 대한 고압적 정책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여러 선진국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라며 “따라서 미국이 이들 우방국과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우방들에 관세 부과와 막말을 일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효과적 정책 공조의 기회를 천방지축 언행으로 날린 셈이다.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 같으니 우리로서는 안전띠를 단단히 매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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