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향후 북한 경제의 개혁·개방 방식으로 관심이 쏠리는 베트남식 발전모델이 성장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개혁·개방 30년여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400달러에 육박하면서 5배 넘는 성장세를 보인데다 현재는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베트남간에도 상호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베트남전(1955~1975년)과 캄보디아 침공(1978년) 등에 따른 미국 및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조치 등으로 경제적 고립을 겪었던데다 1980년대 중반 재정적자 누증과 물가 불안 등 취약한 경제상황에 빠지면서 이를 극복하고자 도이머이 정책을 실시한 베트남은 중국의 점진주의와 동유럽 체제전환국의 급진주의를 개혁대상에 따라 절충한 ‘부분적 급진개혁(small bang)’으로 규정할 수 있다. 즉 농업부문에 대한 개혁을 우선 과제로 선정하면서도 중국과 같이 단계적으로 추진했으며,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국영기업 개혁도 점진적으로 진행했다. 반면 가격자유화와 대외개방화 부문은 신속히 추진함으로써 해외자본의 적극 유치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도모했다.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체제에 본격 편입함으로써 정착기에 접어든 베트남 경제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6%대 중반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는 주요 체제전환국은 물론 동남아 주요 5개국 중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1인당 GDP도 1986년 422달러에서 2016년 2385달러로 5배 가까이 상승했다. 2017년 현재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170달러를 기록했으며 2014년 1일 소득 1.9달러 이하인 빈곤율도 2.6%를 보이는 등 국민 대부분이 빈곤상태 이상의 소득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은 앞서 2009년 저소득국에서 중소득국(2017년 기준 1인당 GNI 996달러에서 1만2055달러)으로 진입한 바 있다.
현재는 농업 등 1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부가가치율이 높은 2·3차 산업으로 산업구조 고도화가 진행 중이다. 실제 농림수산업 비중은 도입기 30% 이상에서 정착기 10%대로 하락한 반면, 제조업 비중은 20%대 중반에서 40%대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보고서는 베트남의 이같은 경제발전 배경에는 부분적 급진개혁을 통해 풍부한 노동력 및 부존자원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고도성장 기반을 조성한 것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우선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 매장량은 산업화·도시화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우호적 초기 조건을 제공했고, 수출 및 해외자본을 경제성장의 주된 원동력을 활용하는 등 대외지향적 성장정책은 취약한 내수기반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 개혁 대상별로 개혁 속도를 차별화하는 ‘부분적 급진 개혁정책’을 통해 자원배분 개선, 경쟁력 강화 등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봤다.
베트남 정부는 향후에도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위해 단순조립공정 위주의 외자유치에서 벗어나 ‘2020 부품·소재산업 개발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통해 외국인 우수기업과의 합작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2016~2020년 중 국방, 공안, 원자력 등 국가 전략산업을 제외한 137개 국영기업을 민영화할 계획이다.
원지환 한은 아태경제팀 과장은 “베트남식 개혁·개방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구할 때 가장 관심이 많은 모델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3~4위 정도의 수출국으로 떠오른 상황이고 삼성전자 등 많이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며 “한·베트남간 상호연계성을 강화하는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